100ℓ 봉투 계단으로 옮기고… 서울대 女청소노동자 비극

입력 2021-07-07 07:45 수정 2021-07-07 10:37
연합뉴스

서울대학교에서 청소노동자로 근무하던 50대 여성이 교내에서 숨진 채 발견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동료들은 평소 지병 없이 비교적 건강했다고 전하면서 돌연 사망한 데 과도한 업무량과 직장 내 갑질에 따른 스트레스가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했다.

서울관악경찰서는 지난달 26일 오후 11시쯤 서울대 기숙사 청소노동자 휴게실에서 A씨(59)가 숨진 채 발견됐다고 7일 밝혔다. 당일 오후 10시까지 통화가 되지 않자 이상하게 여긴 A씨의 딸이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휴게실 침상 위에서 숨진 A씨를 발견했다. 경찰 관계자는 “극단적 선택을 하거나 타살 혐의점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민주노총 민주일반연맹 서울대시설관리분회는 A씨가 발견될 당시 바닥이나 벽 등을 긁어 손톱이 훼손돼 있고 옷도 풀어 헤친 상태였다고 전했다.

동료들은 A씨가 당시 힘들고 지친 모습이었고 계속 멍한 얼굴이었다고 전했다. 노조는 “A씨가 지난달 1일 새로 부임한 안전관리팀장 등의 부당한 갑질과 군대식 업무지시, 힘든 노동 강도 등으로 스트레스를 받았다. A씨가 근무하던 925동 여학생 기숙사는 건물이 크고 학생 수가 많아 여학생 기숙사 중 일이 가장 많다”고 했다.

해당 기숙사는 서울대 기숙사 가운데 오래된 건물 중 하나다. 높이 4층이지만 엘리베이터가 없어 100ℓ 쓰레기봉투 6~7개, 음식물쓰레기, 재활용 쓰레기를 매일 계단으로 옮겨야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직장 내 갑질이 있었다는 주장도 나왔다. 노조는 “지난달 새 안전관리팀장이 발령된 이후 매주 진행하는 회의를 신설해 정장 등 단정한 옷을 입도록 지시했다. 볼펜과 수첩을 지참하지 않은 이들에겐 인사고과에 반영되는 점수를 감점한다고 압박했다. 관악학생생활관을 영어 또는 한자로 쓰게 하거나 기숙사의 첫 개관 연도 등을 물어보는 등 불필요한 시험을 보게 했다”고 주장했다.

청소노동자들에게 제초작업까지 지시해 업무 스트레스가 심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최근 A씨는 관리자에게 “제초작업까지 하는 건 너무 힘들다”고 항의했지만 어쩔 수 없이 제초작업을 해야 했다고 한다. 노조는 A씨 죽음에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 직장 내 갑질이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7일 기자회견을 열어 학교에 개선책 마련을 요구할 예정이다. 또 A씨 가족과 함께 A씨에 대한 산업재해를 신청할 계획이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