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 끝 극단선택 소년… “나 안 괜찮아, 도와줘” 쪽지

입력 2021-07-07 06:34 수정 2021-07-07 10:22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당하다가 극단적 선택을 한 A군이 생전 남긴 쪽지. A군 유족 측 SNS 캡처

최근 강원도 한 기숙형 고등학교에서 학교폭력(학폭)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한 1학년 남학생이 “도와줘”라고 적힌 쪽지를 남긴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 학생 A군의 부모는 최근 SNS에 아들이 세상을 떠나기 전 남긴 쪽지를 공개했다. 해당 쪽지는 A군의 짐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발견했다고 한다.

쪽지에서 A군은 “내가 괜찮은 척하는 거 말고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어” “하늘만 보면 눈물만 나와서 올려다보지 못하겠다” “나 진짜로 죽고 싶어” “나 안 괜찮아. 도와줘”라며 애타게 호소했다.

경찰에 따르면 A군은 지난달 27일 자신이 다니던 고등학교 4층 건물 옥상에서 추락해 숨졌다. A군의 부모는 지난달 30일 학교 측에 이 사건을 학교폭력으로 신고했으며, 현재 학교 측은 학생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이는 등 구체적인 실태 파악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A군의 부모는 청와대 국민청원을 통해서도 가해자들의 엄벌을 호소했다. 지난 5일 올린 ‘열일곱 꽃다운 나이에 죽음을 택할 수밖에 없었던 아들의 억울함을 풀어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에서 부모는 “학교 측은 사망 직후 학교폭력과는 관계가 없다고 주장했지만 친구들의 증언에 따르면 명백한 사이버 폭력 및 집단따돌림 그리고 교사의 무관심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청원인에 따르면 A군에 대한 집단따돌림은 사소한 오해에서 비롯됐다. 일부 친구들이 A군을 소위 ‘저격’하는 글을 인터넷에 유포했고, 동시에 기숙학교 내 모든 학생이 알도록 소문을 퍼뜨렸다는 것이다. 24시간 내내 함께 생활하는 기숙학교 특성상 A군은 하루 종일 집단괴롭힘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원인은 A군이 자해를 시도하는 등 고통을 호소했음에도 교사들이 무관심한 모습을 보였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슴 아픈 사실은 사건 2주 전 저희 아들이 자해를 시도했다는 것”이라며 “이 사실을 우연히 알게 된 선배가 본인의 반 담임교사에게 저희 아이와 또 다른 자해를 시도하는 친구들이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알렸음에도 저희 아들 담임교사에게는 물론 부모인 저에게도 그 사실을 전해주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건 발생 하루 전 있었던 담임교사와의 상담에서도 그간의 힘들었던 점을 어렵게 털어놓았으나 담임교사의 부적절한 대처로 결국 ‘투신’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도록 만들었다”고 토로했다.

청원인은 “이번 사건의 근본적 원인은 인간관계에서 발생하는 극심한 갈등을 방치하는 교내 문화, 그것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는 학교의 부작위”라며 “사건에 대한 철저한 조사, 진상규명으로 아들의 억울함을 반드시 풀어 달라”고 호소했다.

해당 청원은 2만명에 가까운 동의를 얻은 뒤 공개를 앞두고 있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으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한 경우 자살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 전화하면 24시간 전문가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