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과 검찰, 언론계 인사들에게 광범위한 로비를 벌인 의혹을 받고 있는 ‘가짜 수산업자’ 김모(43·수감 중)씨가 “유명인과의 친분을 과시하기 위해 말한 내용이 주변에서 오해됐다”고 주장했다. 사기 혐의로 수사를 받던 중 경찰에 로비 대상들을 폭로한 것으로 알려진 그는 “진술하지 않았고 조서에도 남지 않았다”고 했다. 또 김씨와 얽힌 인사들은 그가 지난 3월 체포되기 전까진 ‘1000억원대 자산을 물려받은 사업가’라는 거짓말을 의심하지 않았고, 사기 전과도 몰랐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를 변호하는 법무법인 강남의 이모 변호사는 6일 국민일보와 만나 “김씨는 자신이 전방위로 금품을 전달했다는 보도들에 대해 억울해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유명인과의 친분을 과시하려 말한 내용을 주변이 오해한 것이며, 자신이 저지른 일은 단순 사기일뿐 ‘수산업자 게이트’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이 변호사는 김씨와 사이가 틀어진 옛 직원들이 악의적인 증언을 하는 듯하다고도 주장했다.
김씨가 관계를 맺은 정관계 인사는 최소 27명으로 전해지고 있다. 김씨는 이들에게 직접 주소를 물어 대게·과메기 등 특산품을 보내기는 했지만, 청탁금지법 위반 여지는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변호사는 “일각에서 보도된 시계나 현금 등을 전달하진 않았다”고 했다. 앞서 경찰은 김씨의 휴대폰을 포렌식해 서울남부지검 이모 부장검사, 윤석열 캠프에서 대변인으로 일했던 이동훈 전 논설위원, 엄성섭 TV조선 앵커, 포항 지역 배모 총경 등을 수사선상에 올렸다.
김씨와 경찰은 금품 로비를 폭로했는지 여부를 놓고 말이 엇갈린다. 이 변호사는 “경찰이 김씨에게 ‘여자친구를 만나게 해주겠다’고 해 부른 자리에서 (금품 수수) 정황들을 두고 압박했다”며 “김씨가 진술한 부분이 없고 경찰 조서에도 남기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경찰은 “검찰 송치를 하루 앞둔 지난 4월 1일 김씨가 돌연 금품 수수 내용을 진술했다”고 변호인 측에 알렸다고 한다.
이 때문에 김씨는 경찰에서의 진술이 의미 없다고 판단했고, 현재는 아무런 진술을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변호사는 “김씨는 ‘검찰에서 다 이야기하겠다’라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116억원대 선동 오징어 사업 사기로 구속 수감 중인 김씨는 이번 일이 사회적으로 주목 받기 시작한 이후 경찰의 접견을 거부하고 있다고 한다.
이 변호사는 국정농단 사건을 담당한 박영수 특별검사의 소개로 김씨 자문변호사를 맡았고, 김씨로부터 ‘포르쉐 파나메라4’ 차량을 전달받아 박 특검에게 전달했다. 이 변호사는 “비싼 차량을 선뜻 구매하기 어려워하는 박 특검에게 ‘한 번 타보라’며 내가 차를 전달했다”며 “슈퍼카를 수십대 보유한 김씨로부터 잠깐 빌리는 것이었고 문제될 줄 몰랐다”고 했다.
박 특검은 김씨의 차량이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 직접 250만원을 넣은 봉투에 이름을 적어 이 변호사를 통해 전달을 부탁했다고 한다. 봉투 전달이 늦어졌을 뿐 수사가 개시된 이후 부랴부랴 전달한 것은 아니라는 게 이 변호사의 설명이다. 이 변호사는 “지난해 9월부터 김씨 관련 일을 자문해주는 역할을 했는데, 자문료도 2개월치만 받았을 뿐 받지 못한 상황이었다”며 “받지 못한 돈이 있으니 차량을 빌린 돈이 크게 문제가 될 줄 몰랐다”고 말했다.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진대로 김씨는 2016년 11월 사기죄로 징역 2년을 선고받았고 안동교도소에서 언론인 출신 정치권 인사 송모(59)를 만나 이후 정계 인맥을 넓혔다. 송씨는 박 특검과 이동훈 전 윤석열 캠프 대변인 등 주변 인물들에게 김씨를 소개하며 김씨와 교도소에서 만났다는 사실은 숨긴 것으로 알려졌다. 송씨 역시 김씨로부터 17억5000만원의 돈을 선동 오징어 사업 투자금으로 건넸다가 돌려받지 못했다.
이 변호사는 “김씨의 전과 사실을 알았다면 주변에서 의심을 했을 것”이라며 “김씨와 친분을 맺은 사람들은 전과사실이나 ‘1000억원대 자산을 물려받은 사업가’라는 김씨의 거짓말을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송씨 역시 박 특검과 오랜 인연을 맺어왔고 이 때문에 박 특검이 의심 없이 김씨를 이 변호사와 이모 부부장검사(부장검사에서 강등)등에게 소개시켜줬다는 것이다. 포항에서 만난 김씨는 매번 바뀌는 슈퍼카를 몰며 주변에 재력을 과시해 의심할 여지가 없었고, 김씨가 동업자에 대해 30억원의 사기 피해를 고소한 상황이어서 자산가로 믿을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송씨는 현재 주변 인사들에게 김씨를 소개시켰다는 자책감에 괴로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변호사는 “송씨 역시 사기 피해자인데 사기꾼을 소개시켜줬다는 자책감에 ‘죽고 싶다’고 전화가 왔다”며 “송씨는 ‘금전적 피해 뿐 아니라 본인이 수십년 생활하며 맺은 인맥이 다 날아갔다’며 자책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사기 전과가 있는 사람인 줄 알면서도 계속 변호를 맡고 있는 것은 사기 피해금을 변제하는게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라며 “김씨에게 사기 피해를 당한 사람들을 내가 다 알고 있고 슈퍼카 등을 처분해 일부는 합의서를 작성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김유나 박장군 기자 spri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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