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건강보험공단(건보공단)의 고객센터 상담사 노동조합이 ‘직고용’을 요구하며 지난 1일부터 무기한 전면 파업에 돌입한 가운데 공단 내 반발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상담사 노조 시위가 격화되면서 직장인 익명 게시판 등에서 상담사 노조를 규탄하는 글들이 올라오는 등 노노(勞勞) 갈등이 심화하는 모양새다. 앞서 지난달 7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건보공단 콜센터 직영화 및 직고용을 반대한다’라는 청원이 게재되기도 했다.
“공단의 불성실한 태도 때문” vs “일방적으로 또 파업”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국민건강보험 고객센터지부(고객센터 노조)는 지난 1일부터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3차 총파업에 나섰다. 이들은 지난 5일 강원도 원주시 반곡동 건보공단 본부 후문에서 기습 점거 농성을 벌였다.
건강보험 대국민 전화 문의·상담 서비스를 담당하는 고객센터 직원들은 업무의 특성 등을 고려할 때 현재 민간위탁 방식으로 운영되는 고객센터를 공단이 직접 운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파업은 지난 2월 1차(24일간)와 6월 2차(12일간)에 이어 세 번째다.
지난달 김용익 이사장이 직접 사흘간 ‘단식’까지 한 끝에 대화의 장이 마련됐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다시 파업 국면에 들어간 것이다.
고객센터 노조는 “건보가 불성실한 교섭 태도를 보인다”라는 입장이다. 이들은 5일 성명서를 통해 “(건보와의 대화 채널인) 사무논의협의회 실상은 대화할 수 있는 곳이 아닌 일방적이고 형식적인 테이블일 뿐”이라며 “심지어 공단은 ‘실태 파악을 하고 사례를 찾아보자’며 주 1회 하던 논의를 격주로 변경해 시간만 끌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노조 파업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 건보가 적반하장이라고 비판했다.
건보는 앞서 지난 4일 고객센터 노조 파업에 “강한 유감을 표명한다”며 “어려운 과정을 통해 조성된 대화국면에서 변경된 사항이 없음에도 일부 위원의 제안을 문제 삼아 곧바로 또다시 파업에 들어간 것에 대해 내부직원들의 감정은 악화 일로를 걷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노조가 일방적으로 다시 파업에 들어감으로써 사태는 더욱 어렵게 됐다”며 파업 철회를 촉구했다.
“직고용하라고?”…직원들 내부 갈등도 고조
지난 5일 고객센터 노조가 점거 농성을 벌인 후문 쪽은 허가된 집회 신고 장소가 아니었다. 때문에 건보 측은 승용차 대열로 벽을 세워 노조 출입을 막으려 했고 이 과정에서 마찰이 빚어지기도 했다.
이런 대치 상황이 이어지며 건보 공단 일반 직원들은 고통을 호소하기 시작했다. 이날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기습 점거 현장을 담은 게시물이 다수 올라왔다.
공개된 사진과 영상 등에는 건보공단 본부 앞 도로를 점령해 시위를 나선 이들 모습, 출근 중인 공단 직원의 차량을 몸으로 막는 모습 등 위험천만한 상황도 포착돼 있다.
직원 자녀들이 다니는 어린이집이 당시 현장 근처에 있다는 점과 관련한 우려도 제기됐다. 실제 당시 충돌 과정에서 공단 직장어린이집 출입구 쪽이 막혀 혼잡을 빚었다.
이와 함께 고객센터 노조가 정부의 ‘비정규직 정규직화’ 추진에 막무가내로 편승하고 있다는 불만도 나오고 있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건강보험공단 문제에 관심을 가져달라’는 취지의 게시글이 게재됐다. 글쓴이는 “건보공단에서 외주 용역 주고 있는 콜센터 직원들이 정부의 비정규직 정규직화 추진에 편승해서 막무가내 떼쓰기로 건보공단에 정규직 요구를 하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글쓴이는 콜센터 직원들이 외부업체의 정규직이라고 강조하며 1600여명이 정규직으로 채용되면 앞으로 건보공단의 정규직 채용 정원이 줄어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시대변화에 따라 AI로 대체되는 콜센터 업무로 그들의 업무는 사라질 것이고 건보 일반 사무직으로 직렬 변화를 해달라 떼쓸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이미 콜센터 직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한 타기관은 콜센터 직원들이 직렬이동을 요구 중”이라며 “(다른) 많은 직원이 박탈감을 느끼고 있다”고도 했다.
고객센터 직원들의 직고용을 반대하는 내부 목소리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달 7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건보공단 콜센터 직영화 및 직고용을 반대한다’라는 청원이 게재됐다.
청원인은 “현재 (건보공단 측은) 공단 정규채용 시 공단의 고객센터, 서울요양원, 건강증진센터에 2년 이상 근무하게 되면 서류 전형에서 우대사항의 가산점이 주어진다”며 “이로써 (콜센터 직원에게도) 기회의 평등은 충분히 제공되고 있다”고 반대의 이유를 밝혔다.
이어 “직원으로서, 국민으로서 ‘기회의 평등’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 “‘결과의 평등’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러한 행위는 공정의 탈을 쓴 ‘역차별’”이라며 “공정한 채용을 진행하여 애쓰는 건보공단만의 공정성과 형평성을 정부의 입김으로 훼손시키지 말아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청원인은 그러면서 “고객센터가 직고용을 주장한 작년부터 파업으로 인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직원과 국민이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청원인은 ‘건보공단 만오천명 임직원을 복지부 공무원으로 직고용해달라’라는 제목의 청원에서 공단 내부 상황을 역설하기도 했다. 그는 “제목만 봤을 때 말도 안 되는 청원이 올라왔겠구나 하겠지만, 그 말도 안 되는 일이 건보공단 내부에서 일어나고 있다”고 글을 시작했다.
이어 “이미 공단에서는 고객센터 일정 기간 근무자에게 가산점을 부여해 채용절차에서 우대를 해주고 있다”며 “실제 고객센터 가산점을 받고 공단의 채용절차를 통해 입사한 직원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고객센터 직원이 건강보험 업무의 일부를 부담하므로 공정한 절차 없이 공단의 직원이 된다면 복지부의 업무 일부를 수행하는 공단 직원들을 복지부 공무원으로 직고용하는 것도 하등의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며 “왜 공정한 원칙과 절차를 무너뜨리냐”라고 호소했다.
해당 국민청원은 6일 오후 1시 기준 각각 약 8800명과 6000명 가까운 동의를 받았다.
이주연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