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부터 법정 최고금리가 연 24%에서 20%로 내려간다. 고금리 대출자의 원리금 상환 부담을 줄이기 위함이지만, 제도권에서 저신용자에게 돈을 빌려줄 유인이 줄어들어 ‘대출 난민’ 증가가 우려된다.
금융위원회는 7일부터 법정 최고금리가 현행보다 4% 포인트 인하된다고 6일 밝혔다. 이에 따라 여신금융기관과 대부업자, 사인 간 10만원 이상 금전거래 시 최고금리는 20%로 조정된다.
원칙적으로는 기존 대출에 소급 적용되지 않지만, 저축은행·캐피탈·카드사 등은 금융 당국의 요청에 인하된 금리를 자율적으로 적용하기로 했다. 금융 당국은 이번 방침으로 금리 연 20% 초과 대출을 이용하던 239만명 가운데 약 87%(208만명)의 총 이자액이 매년 4830억원 정도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문제는 나머지 13%에 해당하는 저신용·저소득자 30만명 가량은 제도권 금융에서 대출받기 힘들어졌다는 것이다. 이 중 3만9000명 가량은 불법 사금융에 내몰릴 가능성이 있다고 금융위는 예측했다.
학계에서는 최고금리 인하 이후 제도권의 ‘마지노선’ 대부업에서도 밀려나는 저신용자가 57만명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최철 숙명여대 교수는 이 같은 내용의 보고서에서 “최고금리 인하 목적이 금융 포용 차원이긴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저신용자들이 시장에서 배제되는 또 다른 형태의 금융 소외로 귀결됐다”고 설명했다.
최고금리가 인하되면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은 저신용자 대출 공급을 줄이거나 심사를 강화할 가능성이 높다. 대부업체도 이자로 벌어들이는 수익이 줄면서 영업이 위축될 수 있다.
한 대부업계 관계자는 “대부업체에서 빌리는 돈은 1인당 평균 300만~700만원 정도”라며 “최고금리를 떠나 당장 급전이 절실한 분들이 많이 오신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고금리 인하로 대부업체에서도 대출이 어려워지면, 저신용자들은 ‘가난은 나랏님도 구제 못한다’는 말처럼 완전한 사각지대에 놓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결국 제도권 금융에서 거절 당한 저신용자들은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릴 공산이 크다. 한국대부금융협회가 집계한 지난해 불법사채(총 5160건) 평균 이자율은 401%에 달한다. 이용 금액은 평균 992만원, 이용 기간은 64일이었다. 협회 관계자는 “최근 불법 사채업자는 대출 직거래 사이트를 통해 제도권 금융을 이용하지 못하는 자영업자, 저소득자를 허위·과장 광고로 유혹해 고금리 사채를 받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우려에 금융위는 저신용자 대출이 어려워질 경우 ‘안전망 대출Ⅱ’이나 ‘햇살론15’ 등 정책 상품 이용을 권하고 있다. 안전망 대출Ⅱ는 고금리 대출을 이용 중인 저신용 차주가 최고 금리 인하로 재대출이 어려워질 경우 대환(대출 갈아타기)을 지원한다. 햇살론15는 기존 햇살론17의 금리가 17.9%에서 15.9%로 내린 상품이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