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대권 주자로서 민생 행보를 시작한 6일 첫 행선지로 대전을 택했다. 그는 ‘안보·탈원전·청년’ 이슈를 들고 국립대전현충원과 카이스트(한국과학기술원), 대전 시내를 돌았다. 송영길 대표 등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도 한날 대전과 충북 청주를 찾아 광역철도망 구축과 정부 기관 이전 지원 등의 ‘당근’을 꺼냈다. 내년 대선에서 주요 승부처가 될 충청권 민심을 잡기 위한 전초전 성격으로도 풀이된다.
윤 전 총장은 오전 10시부터 대전현충원 현충탑을 시작으로 천안함 46용사 묘역, 한주호 준위 묘소, 연평해전 전사자 묘역을 차례로 참배했다. 묘역마다 직함 없이 ‘윤석열’ 이름을 새긴 조화를 헌화했다. 방명록에는 ‘목숨으로 지킨 대한민국, 공정과 상식으로 바로 세우겠습니다’라고 적었다.
그는 “현충원에 잠들어계신 모습을 보니 국가를 위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다시 한번 결의와 각오를 새롭게 하게 된다”며 “이념을 따지지 않고 자유민주주의 국가 대한민국과 국민을 위해 필요한 일이라면 뭐든지 할 생각”이라고 기자들에게 말했다. 윤 전 총장은 묘비를 어루만지면서 “꽃다운 나이에 순국하신 분들을 보니…21살이네, 여긴 20살이고”라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이후 카이스트로 이동해 원자력공학 전공생들과 만나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 비판을 이어갔다. 전공생들의 의견을 메모장에 적으며 경청한 그는 “무리하고 너무 성급한 탈원전 정책은 반드시 재고되고 바뀌어야 된다”고 했다. 또 “탈원전 정책 때문에 많은 인재들이 다른 분야로 빠져나가고 입학 당시 가진 꿈과 희망이 무너지게 돼 가슴이 아프다”며 “과학은 정치를 뛰어넘어 오로지 국가와 사회를 위해 연구가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을 감명 깊게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열린 지역 언론과의 간담회에서 ‘충청대망론’ 관련 질문에 “충청대망론을 충청인들이 언급하는 것에 대해 굳이 옳다 그르다 비판할 문제는 아니고, 지역민 정서로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저희 집안이 500년 전부터 뿌리가 충남에 있기 때문에 많은 충청인이 그렇게 생각해 주시는 것으로 이해한다”고 답했다.
공교롭게도 송 대표와 민주당 지도부도 충청권 의원들과 함께 대전을 찾았다. 이들은 윤 전 총장보다 1시간 30분가량 먼저 대전현충원을 참배했다. 송 대표는 오전 대전시청에서 열린 예산정책협의회(예정협)에서 “충청의 마음을 잡아야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 김대중·노무현·문재인 대통령 탄생에 결정적 역할을 한 것도 이곳이었다”고 말했다. 또 “충청권 광역철도망 구축과 기상청 등 4개 기관의 대전 이전이 차질 없이 추진될 수 있도록 하겠다” 등의 직접적인 ‘구애’ 발언도 했다.
송 대표는 충북도청에서 개최된 예정협 자리에서는 “갑자기 자유민주주의가 위기에 빠졌다고 잠꼬대 같은 말을 하는 분이 있는데 상황을 제대로 파악할 것을 부탁한다”며 윤 전 총장을 비판하기도 했다.
지호일 기자, 대전=강보현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