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 양성평등센터장 ‘직무유기’ 혐의로 곧 기소될 듯

입력 2021-07-06 17:31
경기도 성남시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故) 이 모 중사 추모소의 모습. 연합뉴스

공군 양성평등센터장 등 2명이 성추행 피해 공군 부사관 사망 사건 관련 직무유기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질 전망이다.

군 관계자는 6일 검찰단이 이날 오후 열린 군검찰 수사심의위원회에 센터장과 공군본부 법무실 소속 국선변호사(중위) 등 두 사람에 대한 기소 방침을 보고했다고 밝혔다.

앞서 공군본부 양성평등센터는 이 중사의 성추행 피해 사실을 발생 사흘만인 3월5일 인지했으나 한달이 지난 4월6일에서야 국방부 양성평등정책과에 피해 신고를 접수했다. 그마저도 상세한 내용 없이 ‘월간현황보고’ 형식으로 보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양성평등센터장은 지난달 10일 국회 법사위에 출석해 관련 질의에 “제가 지침을 미숙지했다”고 해명해 비판을 받았다.

이에 유족 측은 지난달 18일 검찰단에 센터장에 대한 고소장을 제출하며 “의도적으로 보고가 축소됐다고 보는 게 맞다”고 주장한 바 있다.

검찰단이 기소 예정인 국선변호사는 사건 초기에 이 중사와 면담을 한 차례도 진행하지 않는 등 부실변론 혐의를 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단은 초동 수사를 맡았던 공군 제20전투비행단 군검사도 수사를 마무리하는대로 조만간 재판에 넘길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군검사는 국선변호사와 함께 부실 수사를 한 혐의를 받는다. 피해자 부친이 사건 초기인 3월 말쯤 가해자 엄벌 및 2차 피해 우려를 호소하며 직접 작성해 제출한 ‘탄원서’를 제대로 전달 및 처리를 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선변호사 측은 지난달 23일 언론에 입장문을 배포해 탄원서를 수사기관에 늦게 전달한 배경에 대해 “당시 수사가 군사경찰에서 진행되고 있었는데 탄원서 수신인이 ‘군검사’로 기재돼 군검찰 송치 이후 제출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4월 8일부터 18일까지 (군내) 시험 출제위원으로 차출돼 업무 수행을 할 수 없어 업무 복귀 이후인 4월 22일 탄원서를 군검찰에 제출했다”고 덧붙였다.

당시 군검사는 이 같은 탄원서에도 불구하고 이 중사 사망 이후 9일 만이자 사건 송치 54일만인 5월31일에서야 가해자 조사를 했다. 5월31일은 사건이 언론보도로 알려진 날로, 파문이 예상되자 뒤늦게 조사한 정황이 의심되는 상황이다.

검찰단은 앞서 재판에 넘겨진 다른 대상자들에 대해서는 기소에 앞서 외부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수사심의위 의견을 수렴해 기소 여부를 결정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이런 과정 없이 기소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심의위에 ‘보고 안건’으로 상정된 것도 이 때문으로 풀이된다.

검찰단은 이날 수사심의위에 공군 제15특수임무비행단 대대장·운영통제실장·중대장·레이더정비반장 등 4명을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기소할지 여부도 안건에 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유족 측이 지난달 25일 추가 고소한 간부들이다.

유족 측 김정환 변호사는 고소장 제출 당시 “회의 시간에 이 중사의 피해 사실을 공공연히 언급했고, 처음부터 이 중사를 원래 부대로 다시 보내기 위해 공모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한 바 있다.

수사심의위 의견은 법적인 구속력은 없지만, 국방부 장관이 제정한 수사심의위 운영지침은 이를 존중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김승연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