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썸 실소유주, 1억 달러 사기 혐의로 재판에

입력 2021-07-06 17:01 수정 2021-07-06 17:07
암호화폐 거래소 빗썸에서 한 시민이 시세 전광판을 보고 있다. 국민일보DB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 실소유주인 이모(45) 전 빗썸코리아‧빗썸홀딩스 이사회 의장이 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4부(부장검사 김지완)는 6일 이 전 의장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이 전 의장은 김모 BK그룹 회장에게 빗썸 인수 및 공동경영을 제안하면서 “인수대금 중 일부만 지급하면 나머지 대금은 코인을 발행·판매해 지급하면 되고 코인을 빗썸에 상장시켜 주겠다”고 속인 혐의를 받는다. 이 전 의장은 계약금 명목으로 1억 달러(약 1120억원)를 받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사건 관련 코인을 이 전 의장이 상장시켜 줄 의사나 능력이 없었던 것으로 본다.

김 회장은 지난해 7월 서울경찰청에 이 전 의장을 사기 혐의로 고소했다. 경찰은 지난해 9월 빗썸을 압수수색하고 수사한 뒤 사건을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 검찰은 이 전 의장이 조사에 성실히 출석한 점, 취득금액 중 70% 가량을 양도소득세로 납부한 점, 방어권 보장 필요성 등을 고려해 불구속 기소했다.

다만 투자자들이 이 전 의장 등을 사기 혐의로 직접 고소한 사건은 혐의 없음 처분됐다. 투자자들이 김 회장을 고소한 사건에 대해 검찰은 김 회장도 이 전 의장에게 속은 것이라 범의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이 전 의장이 고소된 사건에서는 이 전 의장이 직접 코인을 판매하지는 않았고, 김 회장의 코인 판매 행위를 교사해 투자자들로부터 투자금을 빼앗았다고 보기 어려운 점을 고려해 혐의없음 처분했다.

다만 검찰은 코인 투자자들의 투자금 전액이 김 회장을 거쳐 이 전 의장에게 거래소 지분 매매대금으로 건너간 점을 고려할 때 220억원은 코인 투자자들의 실질적 피해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이 전 의장의 공소장에 해당 투자자들의 피해금액을 부가적으로 명시했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투자자들이 제기한 형사사건은 무혐의 처분됐지만 민사사건 결과는 달라질 수도 있다”며 “투자자들이 피해를 봤다고 명시해 향후 배상이 인정될 수 있는 여지를 열어둔 것”이라고 말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