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축구 스타이자 스페인 라리가 FC 바르셀로나 팀 동료인 앙투안 그리즈만(30)과 오스만 뎀벨레(24) 일본인의 외모와 언어를 비난해 논란에 휩싸인 가운데, 이후 사과문에서도 반성보단 변명하는 모습을 보여 비판 받고 있다.
그리즈만과 뎀벨레는 5일(현지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계정을 통해 사과문을 올렸다. 최근 SNS에 공개된 영상에 두 선수가 일본인 호텔 직원들을 향해 인종 차별적 언행을 한 게 포착돼 논란이 돼서다.
AFP통신에 따르면 해당 영상은 2019년 7월 바르셀로나가 프리시즌 투어로 일본을 방문했을 때 묵었던 호텔에서 뎀벨레가 촬영했다. 뎀벨레는 게임 기계 수리를 위해 방문한 수리 기사들을 침대에서 지켜보며 “고작 축구게임이 하고 싶어 저 못생긴 얼굴들을 봐야 하는 거냐”고 말한다. 또 직원들의 대화를 들으며 “언어가 후진적”이라고 말하는가 하면, “이 나라는 기술적으로 진보하지 못했다”는 식의 망언을 일삼았다. 그리즈만은 이에 대해 동조하며 일본어를 우스꽝스럽게 따라하며 폭소를 터뜨리기도 했다.
영상 공개 뒤 비난이 쏟아지자 두 선수는 사과문을 올렸다. 하지만 진정성 없이 변명만 늘여놓는 식이라 비판은 여전하다. 뎀벨레는 자신의 SNS에 올린 글에서 “일본에서 있었던 일이지만 세상 어디에서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며 “나는 이런 말을 어디에서도 한다. 특정 커뮤니티를 겨냥한 표현이 아니었다”고 변명했다.
이어 “나는 어느 나라 출신이라도 친구들과 사적으로 이와 같은 말을 할 것”이라며 “영상이 공개돼 그 안에 나오는 사람들이 불쾌해할 수 있다는 것을 잘 안다. 그래서 진심으로 사과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그리즈만도 “나는 항상 모든 형태의 차별에 반대해 왔다. 지난 며칠 동안 어떤 사람들은 나를 내가 아닌 사람으로 보이게 하고 싶어했다. 나에 대한 비난을 단호하게 반대한다”고 둘러댄 뒤 “일본인 친구들에게 상처를 줬다면 사과한다”고 썼다.
그리즈만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시절이었던 지난 2017년 흑인 농구 선수 분장이라며 얼굴과 온 몸을 검게 칠 한 사진을 트위터에 올렸다가 비난이 일자 사과한 바 있다. 하지만 이후엔 꾸준히 사회적 문제에 대한 목소리를 내며 변화한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엔 중국 화웨이가 중국 위구르족 탄압에 힘을 보태고 있다며 후원 계약 종료를 선언했고, 프랑스 파리에서 경찰관들이 흑인 남성을 무자비하게 구타하는 장면이 담긴 영상이 공개되자 “프랑스가 안쓰럽다”는 피드를 트위터에 올리기도 했다. 뎀벨레도 평소 인종 차별 반대 운동을 꾸준히 지지했던 선수다. 하지만 앞뒤가 맞지 않는 행동을 해 팬들의 분노를 더 키우고 있다.
두 선수는 ‘우승후보’로 손꼽혔던 프랑스 국가대표팀에 합류해 유로 2020에 도전했지만 충격의 16강 탈락을 막지 못했다. 뎀벨레는 이 대회에서 오른쪽 무릎 부상을 입어 수술을 받은 상태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