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91년 풀뿌리 민주주의를 위해 부활한 지방의회는 그동안 우리 일상생활에 어떤 변화를 주었을까. 광주시의회가 개원 30주년을 맞아 ‘시민의 삶을 바꾼 조례 20선’을 선정해 눈길을 끌고 있다. 시의원들이 스스로 작성한 성적표다.
광주시의회는 “지방의회 30년을 결산하고 지방자치법 개정에 따른 의회의 역할을 재조명하는 차원에서 대표 조례 20선을 가려냈다”고 5일 밝혔다.
시의회는 이를 위해 교수와 언론인 등 8명으로 기획자문단을 꾸려 창의성, 효과성, 합법성 등의 평가 기준을 마련하고 엄정한 선정작업을 벌였다. 어떤 조례가 시민의 삶을 이롭게 했는지 자발적으로 검증한 것이다.
선정된 조례 중에는 은둔형 외톨이를 위한 지원 조례, 공용차량을 주말에 사회적 약자에게 빌려주는 광주시 공용차량 공유조례가 포함됐다.
시는 2019년 10월 제정된 은둔형 외톨이 조례에 따라 10만 세대를 대상으로 전국 최초의 실태조사를 한 뒤 구체적 결과를 발표해 큰 반향을 일으켰다. 지자체가 정신건강 관련 정책을 위해 사회생활을 거부한 채 칩거하는 시민 실태를 조사한 것은 처음이다.
2018년 8월부터 발효된 공용차량 공유조례는 사회적 약자 등이 주말·공휴일 등에 ‘공무 차량’ 20여 대를 활용하도록 지원해 생활편의와 함께 여가생활을 즐기도록 돕고 ‘공유경제’의 전형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여성청소년 생리용품을 지원하거나 고려인 주민들의 정착을 돕기 위한 조례도 선정됐다.
지난해 7월 제정된 여성청소년 생리용품 지원조례는 ’신발 깔창’을 생리대로 사용한다는 저소득층 여성청소년의 사연이 계기가 됐다. 시와 시 교육청은 이를 토대로 이달부터 16~18세의 여고생 2만여 명에게 생리대 구매비용을 지원하게 됐다.
제6대 의회 때인 2013년 제정한 고려인 주민지원 조례는 국내의 고려인들을 돌보는 전국 최초의 조례다.
이밖에 2012년 한국지방자치학회가 우수조례로 상을 준 ‘영구임대주낵 입주자 삶의 질 지원 조례’와 코로나19 사태 이후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를 위한 ‘지역상권 상생발전 조례’, 열악한 노동여건에 시달리는 택배 노동자 지원 조례 등도 시민들의 삶을 바꾼 대표적 조례로 꼽혔다.
시의회는 7일 개원 30주년 비전선포식에서 조례 20선을 패널 형태로 만들어 전시하고 오는 9월 말 발간하는 ‘의정 30년사’ 책자에도 담을 계획이다.
김용집 광주시의회 의장은 “그동안 지방의회의 역할을 돌아보고 미래의 청사진을 가다듬는 계기가 됐다”며 “향후 자치분권 시대에 발맞춘 정책 개발과 입법 활동을 통해 시민들이 몸으로 체감하는 조례를 더 많이 만들겠다”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