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른 ‘워킹맘 판사’ 과로사…법관 부족 해결돼야

입력 2021-07-05 20:32

전국 법원의 대표 판사들이 “법관의 업무량은 많아진 반면 법관은 정원보다 적고, 평균연령도 높아지고 있다”며 판사 증원이 필요하다는 공식 의견을 모았다. 과도한 업무로 법관 과로사가 발생했을 뿐만 아니라 사건처리가 늦어져 재판까지 지연된다는 게 법관들의 우려다.

전국법관대표회의는 5일 회의를 열고 ‘법관 부족 문제 해결을 위한 결의안’을 가결했다. 2008년 공판중심주의로 형사소송법이 개정되면서 법정 심리시간이 길어지는 등 법관의 업무량 자체가 늘었다는 게 법관들의 공통된 인식이었다. 2015년과 2018년에는 아이를 둔 젊은 여성 법관의 과로사가 잇따라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로 2013년 기준 판사 1인당 사건 수는 589건으로 비슷한 시기의 미국(416건), 일본(353건)보다 많았다. 이로 인해 비교적 간단한 사건에 투입하는 시간이 줄어들고, 전반적인 사건 처리가 늦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여기에 법조일원화 도입으로 법관 충원 자체도 어려워졌다. 법관임용을 위한 최소 법조경력기간이 상향되면서 충분한 지원자 모집이 이뤄지지 않아서다. 판사가 되기 위한 최소 법조경력을 조정해야 한다는 문제제기(국민일보 5월 5일자 14면 보도)가 이뤄질 정도로 ‘임용 절벽’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게 법관들의 설명이다. 판사들은 “지금 같은 상태에선 법원에 지원할 동기가 현저히 낮다”며 법원을 매력적인 선택지로 만들 수 있는 제도적 개선방안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형사재판에서의 ‘기울어진 운동장’ 개선 필요성도 법관 증원 필요성의 이유로 꼽혔다. 판사가 늘어나면 시간적 제약 때문에 법정 증거조사를 소홀히 하는 일이 줄어들 것이란 판단에서다. 증원 규모와 관련해서는 2~3배를 늘려야 한다는 의견까지 나왔다. 차성안 전 판사는 한국 판사가 유사한 법체계의 독일 판사와 비교할 때 3~4배의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는 통계를 분석해 소개한 바 있다. 호문혁 전 사법정책연구원장도 법관이 사건을 제대로 처리하려면 지금보다 법관 수가 3배는 더 되어야 한다고 했었다.

법관 대표들은 “과다한 법관 1인당 사건수로 인해 충실하고 신속한 재판이 저해되고 있다”며 “경력법조인의 법관 지원이 충분하지 못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어 법관 인력 부족은 더욱 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법관 및 재판연구원 증원 등을 포함한 실질적 대책을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주언 기자 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