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조’ 쓴 일자리사업 3개 중 1개 ‘부실’… 정부는 ‘자화자찬’

입력 2021-07-05 17:37
서울의 한 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 실업자를 안내하는 푯말이 바닥에 붙어 있다. 연합

지난해 33조원이 넘는 세금이 투입된 정부 일자리사업 3개 중 1개는 ‘부실’ 평가를 받았다. 코로나19 고용위기 극복을 위해 역대 최대 규모의 예산을 쏟아부었지만 급조된 사업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용노동부는 5일 이 같은 내용의 ‘2020년 일자리사업 성과평가보고서’를 공개했다. 지난해 일자리 본예산은 25조5000억원 규모로 전년 대비 20.1% 늘었다. 추가경정예산 8조1000억원까지 더하면 일자리사업에만 모두 33조6000억원이 투입됐다.

고용부는 올 상반기에 유형별 전문가위원회(21명)와 판정단을 꾸려 지난해 일자리사업을 평가하고 등급을 매겼다. 214개 사업 중 145개 사업이 대상이었다. 그 결과 전체의 34.5%인 50개 사업은 개선이 필요하거나 내년도 예산 편성 때 감액해야 한다는 평가가 나왔다. 예산 투입 대비 효과가 미미했다는 의미다.

고용부는 “감액 평가를 받은 14개 사업은 고용 측면에서 미흡하거나 집행이 부진한 사업”이라며 문제를 인정했다. 실업자를 줄이겠다며 예산을 투입한 사업이지만 정부 내부에서조차 문제를 지적받은 것이다.

감액 평가를 받은 14개 사업 대부분은 일회성 이벤트에 그쳤다거나 사업의 대상·목적 등에서 재검토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해 시행한 박물관 운영 활성화 사업은 취업연계가 곤란해 사업방식 자체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산림청이 만든 산림휴양서비스매니저·산불예방진화대 일자리는 숲생태관리인과 업무 내용·근무지가 겹치거나 민간일자리 취업이 어렵다고 지적받았다.

행정안전부의 빅데이터활용청년인턴십운영 사업에 대해선 “사업의 목적·대상·유형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평가가 나왔다. 해당 사업의 운영 자체에 의문을 제기한 것이다. 전문성과 상관없이 만들어진 환경부의 자연환경해설사 일자리는 대안 필요성이 지적됐고 산업통상자원부가 추진한 경력단절 여성연구원 재취업교육은 훈련을 이수해도 관련 분야에 취업이 어렵다는 문제점이 드러났다.

이 같은 혹평에도 고용부는 “주요 선진국보다 코로나19 위기 대응을 잘해 노동시장 위축이 가장 작은 수준이었다”고 자평했다. 지난해 한국의 취업자 감소율은 전년 대비 0.8%로 독일(1.0%)·호주(1.5%)·캐나다(5.2%)·미국(6.2%)보다 성과가 좋았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한국의 실업률 상승 폭은 전년보다 0.2% 포인트 증가하는데 그쳐 독일(1.0%)·호주(1.3%)·캐나다(3.8%)·미국(4.4%)보다 안정적이었다고도 했다.

그러나 고용부가 4개국을 고용지표 비교 대상으로 정한 기준은 불명확하다. 일각에선 정책 성과를 돋보이게 하려고 고용 지표가 우리보다 좋지 않은 국가를 고른 ‘끼워 맞추기식 자화자찬’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고용부 관계자는 “최신 고용 통계가 업데이트된 나라부터 비교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세종=최재필 기자 jp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