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떠나는 베이조스… 다음 키워드는 우주와 빈곤퇴치

입력 2021-07-05 17:03
6일부터 아마존 CEO에서 물러나 이사회 의장으로 자리를 옮기는 제프 베이조스. 27년 만에 아마존을 세계 최대 이커머스 기업으로 성장시킨 그는 은퇴 후 우주개발과 자선사업에 집중할 계획이다.

세계 최대 이커머스 기업 아마존을 27년 간 이끌어 온 제프 베이조스(57)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다. 자신이 아마존을 처음 만든 날 회사를 떠나게 된 베이조스는 은퇴 이후 우주개발과 자선사업 등에 전념할 계획이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4일(현지시간) 베이조스가 6일부터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다고 보도했다. 앞서 그는 지난 5월 연례 주주총회에서 “7월 6일은 내게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날짜”라면서 “이날로 아마존 CEO에서 물러나 아마존 이사회 의장으로 자리를 옮기겠다”고 발표했다. 베이조스의 빈자리는 3분기부터 앤디 제이시 아마존 웹서비스 CEO가 채우게 된다.

아마존은 1994년 7월 6일 미국 시애틀에서 종이책을 온라인에서 판매하는 서점으로 시작했다. 그렇지만 27년 동안 온갖 물건을 파는 ‘세계의 만물상’으로 성장했다. 식료품과 의약품 유통 뿐 아니라 클라우드 컴퓨팅 사업에 진출해 시장 1위 사업자가 됐다. 인공지능(AI)이 탑재된 스마트 스피커와 스트리밍 기기 ‘파이어TV’ 등을 개발해 아마존의 주요 베스트셀러 중 하나로 자리매김하는데 성공했다. 최근에는 영화 및 드라마 등 문화 컨텐츠 시장에도 진출했다. 아마존은 지난 4월 영화 ‘007 시리즈’ 제작사인 MGM을 인수해 온라인 동영상서비스(OTT)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프랑스 두오이의 한 물류창고에 설치된 아마존 간판. 아마존은 27년 만에 온라인 서점에서 '세계의 만물상'으로 자리매김했다. AP뉴시스

스스로 만들어 유통해 판매하는 아마존의 사업방식은 미국 시장 뿐 아니라 세계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미국 내 아마존 물류창고가 존재하지 않는 주는 6곳 뿐이다. 리서치 회사 이마케터에 따르면 아마존은 전체 미국 온라인 판매 점유율의 41%를 차지하고 있다. WSJ은 “베이조스는 아마존을 쇼핑, 컨텐츠 등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는 제국으로 성장시켰다”면서 “아마존은 이미 구글 모회사인 알파벳, SNS 페이스북과 더불어 미국 3위 사업자가 됐다”고 평가했다.

갖가지 사업에 진출해 성공하면서 아마존과 관련된 신조어도 생겨났다. WSJ은 “발을 들이는 사업마다 기존 경쟁자들을 무너뜨리고 시장을 집어 삼키는 아마존에 대한 공포 때문에 ‘아마존드’(Amazoned)라는 신조어까지 생겼다”고 소개했다.

빠르게 사업을 확장한 만큼 고용도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업계에서는 아마존이 올해 현재 전세계에서 127만여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전세계 실업률이 치솟고 있는 와중에도 50만여명의 직원을 새로 고용했다. WSJ은 “지난해 아마존만큼 채용한 회사는 없다”면서 “향후 몇 년 안에 월마트의 고용규모를 넘어설 것”이라고 예측했다.

재산 2000억 달러(226조원)로 세계 최고의 갑부 중 하나로 손꼽히는 베이조스는 우주와 빈곤퇴치라는 또다른 도전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20일에는 2000년 자신이 설립한 우주탐사기업 ‘블루오리진’이 만든 첫 우주관광 로켓 ‘뉴 셰퍼드’를 타고 우주여행에 나설 계획이다.

사회공헌 사업도 은퇴하는 베이조스의 관심사다. 그는 지난해 2월 100억 달러(11조3300억원)을 출연해 ‘베이조스 어스 기금’을 만들겠다고 서약했다. 베이조스 어스 기금은 기후변화에 대처하는데 사용될 예정이다. 이 밖에도 2018년 설립한 노숙자와 저소득층을 지원하는 ‘아마존 데이원 펀드’에도 집중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황윤태 기자 trul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