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도의회 선거에서 집권 자민당이 ‘과반 확보’에 실패하며 사실상 패배했다. 코로나19 유행이 끝나지 않은 가운데 도쿄올림픽·패럴림픽의 유관중 개최를 추진한 스가 요시히데 정권에 대한 심판으로 풀이된다. 자민당에서는 올림픽 이후 예정된 총선에 대한 불안감도 감지되고 있다.
자민당 예상 밖 부진…도민퍼스트회·혁신계 정당 ‘약진’
5일 NHK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전날 실시된 도쿄도의회 선거 개표 결과 자민당은 33석을 얻어 제1당을 탈환했다.
하지만 선거 직전 단독으로 ‘50석’까지 예상되던 것에 비하면 기대치를 밑돌았다. 특히 연립 여당인 공명당의 의석수(23석)와 합쳐도 전체 의석(127석)의 과반을 확보하는 데 실패했다. 또 이번 선거에서 자민당의 의석수는 직전 선거(23석) 다음으로 적은 수치다.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가 4년 전 설립을 주도해 돌풍을 일으켰던 도민퍼스트회는 31석으로 2당에 그쳤다. 고이케 지사는 현재도 도민퍼스트회 특별고문으로 재직 중이지만 과로를 이유로 선거 직전까지 특별한 지원을 하지 않은 것을 고려하면 선방했다는 평가다.
호헌을 중시하는 혁신계 정당도 단일화 공조를 통해 약진했다.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은 선거 직전 8석에서 배 가까이 늘린 15석을 얻었으며, 공산당도 19석을 차지했다.
부진엔 ‘올림픽’ 결정타…자민·공명서도 무관중 촉구
이번 선거에서 집권 여당이 ‘사실상 패배’한 이유로는 미흡한 코로나19 대처와 도쿄올림픽 유관중 개최가 꼽히고 있다. 실제로 올림픽에 대해 무관중 개최(도민퍼스트회), 연기 혹은 취소(입헌민주당), 취소(공산당)를 주장한 정당이 선전했다.
반면 스가 총리가 ‘유관중’ 개최를 결정한 자민당은 도쿄올림픽을 거의 언급하지 않고 쟁점화를 피하면서 총력전에 임했지만 기대 이하의 성적표를 받고 말았다.
스가 정부에서는 “도의 과제를 묻는 선거다. 국정에는 영향 없다”며 애써 선거의 의미를 축소하고 있지만 당내에서는 올림픽 무관중 개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줄을 잇고 있다.
자민당 관계자는 “도민퍼스트회의 선전은 ‘무관중 개최’를 공약으로 내세웠기 때문”이라며 “도민들은 올림픽에 민감하다. 겁에 질려 있다”고 강조했다.
이시이 게이이치 공명당 간사장도 4일 오후 NHK방송에 출연해 “정부가 무관중을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총선 앞두고 스가로는 안 된다…내분 조짐도
일각에서는 올림픽 직후로 예상되는 중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이 참패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자민당의 한 간부는 후지뉴스네트위크(FNN)에 “어렵다. 이대로 가면 중의원 선거는 참패”라며 “모든 것을 바로잡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지지통신에 따르면 자민당 내 굉지회파의 한 중진의원에게서 “총리 밑에서 중의원 선거를 치르는 것은 불안하다”는 의견도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굉지회 회장은 지난해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스가 총리와 맞붙었던 기시다 후미오 전 자민당 정조회장이다.
반면 야당에서는 중의원 선거에서도 입헌민주당과 공산당은 모두 ‘공조’ 효과를 봤다면서 중의원 선거에서도 이런 협력을 이어가고 싶다는 입장을 표했다.
김이현 기자 2hyun@kmib.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