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가 입국 외국인 격리 의무를 일본에는 풀고, 한국인에게는 유지하는 정책을 시행해 논란이 되고 있다. 양국의 코로나19 확산 상황만 놓고 보면 다소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탈리아는 이달 1일(현지시간)부로 유럽연합(EU) 회원국과 함께 노르웨이, 스위스, 미국, 캐나다, 일본, 이스라엘 등에서 오는 입국자에 한해 디지털 코로나19 증명, 이른바 ‘그린 패스’를 적용하고 있다.
그린 패스는 2차까지 백신 접종을 완료했거나 코로나19 감염에서 회복해 항체가 있는 사람, 코로나19 음성 판정을 받은 사람은 최대 10일간의 격리 의무 없이 자유로운 입국·여행을 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이 가운데 유럽 역외 국가 4개국은 현지 보건 당국의 자체 판단에 따라 선정된 국가들로 보인다. 이들 국가는 원래 이탈리아 정부의 코로나19 여행자 방역 분류상 한국과 호주, 뉴질랜드, 르완다, 싱가포르, 태국 등과 함께 확산 위험이 낮은 국가 그룹에 묶여 있었다.
이탈리아의 이번 조처에 대해 현지 한국 교민사회 등에서는 일본이 포함될 정도의 기준이라면 한국이 빠질 이유가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국의 우수한 방역 역량과 성과를 높이 사는 해외 평가 사례는 제쳐두더라도 객관적 지표가 이를 방증한다는 것이다.
영국 옥스퍼드대 통계 정보에 따르면 3일 기준으로 한국의 1차 백신 접종자 인구 비율은 30%로, 세계 최상위권인 캐나다(68%), 이스라엘(65%), 미국(54%) 등에는 못 미치지만 일본(23.7%)보다는 앞선다.
인구 100만명당 신규 확진자 수의 경우 대체로 한국과 일본 모두 12∼13명대에서 형성되나, 인구 100만명당 총확진자 수는 일본이 6370명으로 한국(3122명)의 두 배 이상이다. 인구 100만명당 피검사자 수는 일본이 13만1000여명으로 한국(20만8000여명)보다 오히려 적다.
미국, 캐나다, 이스라엘의 경우 백신 접종률만 높을 뿐 지표상 코로나19 상황이 한국보다 결코 낫다고 보기 어렵다. 단적으로 미국과 이스라엘은 인구 100만명당 신규 확진자 수가 각각 39.87명, 30.12명으로 월등히 많다.
우리 외교부도 지난달 말 한국의 코로나19 상황이 전 세계 어떤 국가보다 안정돼 있다는 점을 들어 그린 패스 대상국에 포함돼야 한다는 의견을 이탈리아 보건 당국에 전달했으나 이달 1일 시행 대상 국가 리스트는 끝내 바뀌지 않았다.
특히 현지 보건 당국은 어떤 기준으로 유럽 역외 대상국이 정해졌는지를 궁금해하는 우리 측 질의에 ‘국별 기준에 따라 검토한 결과’라는 모호한 답변을 내놨을 뿐 설득력 있는 설명을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