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건 잊지 말아주세요” 故 이 중사 남편의 호소

입력 2021-07-05 07:41 수정 2021-07-05 10:14
YTN 뉴스 화면 캡처

공군 성추행 사망 사건의 피해자 고(故) 이모 중사의 남편이 성역 없는 수사를 촉구하며 부디 아내의 사건을 잊지 말아 달라고 호소했다.

이 중사의 남편은 5일 YTN과의 전화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는 미진했던 초동수사에 분통을 터뜨렸다. 특히 군사경찰과 군사검찰은 서로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했다고 했다. 결국 이 중상의 부친은 공군본부 군사검찰에 탄원서를 낸 사실을 공개했다. 이 중사의 남편은 “행동을 했으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제 식구 감싸기를 떠나 성역 없이 모든 부분에 대해 수사가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또 제20전투비행단 내 2차 가해자들이 평소 큰일이 생기면 덮기에 급급했다고 증언했다. 이 중사의 남편은 “레이더가 안 좋으면 원래는 보고를 해야 하는데 보고를 안 하고 자체적으로 수리한다든가, 그런 일이 비일비재했었다”고 했다. 이 중사가 전출 갔을 당시 신상 유포로 괴롭히던 제15특수임무비행단 간부들이 발뺌하는 모습에도 기가 막히다고 했다.

“간부들은 뭐 오기 전부터 성추행 피해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하니까. 30%인가”라고 한 이 중사의 남편은 “단장부터 정보통신대대장까지 오니까 조심해라”고 말했다. 국방부가 이 중사가 근무했던 20비행단과 15비행단에서 이 중사 피해 사실을 사전에 인지했는지 설문조사한 결과 20비행단에서 이 중사가 속해 있던 정보통신대대 34명(간부 25명, 병 9명) 중 47%(간부 10명, 병 6명)가 사전에 인지했다고 답했다.

이 중사가 극단적 선택을 하기 3일 전에 옮긴 15비행단 정보통신대대에서도 상당수가 이 중사의 피해 사실을 사전에 인지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간부 62명 중 8명, 용사 51명 중 11명이 인지하고 있었다고 답변했다. 국방부는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이 중사의 성추행 피해 사실이 부대 내에 다수 전파된 것으로 확인됐으며 성추행 사건 피해자 보호 조치가 미흡했던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 중사 남편은 이성용 전 공군참모총장의 사임에 대해서도 책임을 저버린 것이라고 비판하며 수사가 끝날 때까지 지켜보고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지만 하루하루 살아가려고 노력 중”이라며 “이번 사건에 대한 국민의 꾸준한 관심을 부탁한다”고 했다. 그는 끝으로 “정의가 구현될 때까지 좀 잊지 말아주셨으면 좋겠다”고 힘겹게 당부했다.

한편 이 중사는 지난 3월 2일 선임 장모 중사로부터 강제추행을 당한 뒤 부대 상급자들로부터 장 중사와의 합의 종용·회유 등 ‘2차 가해’에 시달렸다. 이에 이 중사가 요청해 지난 5월 18일 20비행단에서 15비행단으로 부대를 옮기게 됐다. 하지만 이 중사는 부대를 옮기고 3일 만인 5월 21일 극단적 선택을 했다. 이날은 이 중사 부부가 혼인신고한 날이었다. 당시 이 중사는 “휴직하고 싶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