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에서 시작된 물류난이 하늘로도 이어지며 해운, 항공업계의 실적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공급 부족이 한동안 계속되면서 해운 물류의 성수기인 3분기까지는 운임 상승세 역시 유지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4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국제 컨테이너선 운임 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 2일 기준 전주보다 119.74포인트 오른 3905.14포인트를 기록하며 역대 최고치를 다시 갈아치웠다. 국내 주요 수출항로인 유럽 및 미주 노선이 가파르게 상승한 영향이다. 해운 운임은 8주 연속 오르며 가라앉을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 3월 수에즈 운하에서 초대형 컨테이너선이 전복되며 일주일간 물류망이 막혔던 여파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운하 봉쇄로 인해 밀린 물동량을 처리할 새도 없이 계속해서 새로운 화물들이 더해지면서 항만 적체 현상이 해소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수에즈 운하로는 전 세계 해상 물류의 15% 가량이 지나다닌다.
꽉 막힌 바닷길 탓에 긴급한 화물이나 방역물품 등이 항공으로 넘어오면서 인천국제공항의 화물 물동량도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항공정보포탈시스템에 따르면 인천공항의 2분기 국제선 화물 물동량은 지난 1분기의 역대 최고실적(78만6396t)을 넘어선 84만9403t을 기록하며 인천공항 개항 이후 분기 기준 역대 최고실적을 썼다. 지난 5월엔 항공화물 운임지수인 TAC 지수의 홍콩∼북미 노선 항공 화물운임은 1㎏당 8.70달러를 기록하며 4월의 최고가를 경신했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성수기를 앞둔 해운에서 공급이 풀리지 않고 있어 그 수요가 항공으로 넘어오고 있다”며 “3분기까지는 화물 호조세가 지속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해운, 항공업계의 실적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는 HMM의 2분기 영업이익이 1조289억원으로 1분기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했다. 일각에서는 2분기 영업이익이 1조4000억원을 넘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일찌감치 항공화물 시장을 공략하며 지난해 2분기부터 네 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해온 대한항공도 화물수송에 힘입어 깜짝 실적을 달성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항공 화물 증가에 따른 실적 개선은 대형항공사에 한정될 것으로 보인다. 저비용항공사들은 주로 밸리카고(여객기 하부 화물칸)를 이용해 화물을 운송하는데 국제선 여객수요가 줄면서 비행기를 띄우는 횟수도 줄어든 탓이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