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디지털 금융과는 거리가 멀었던 60대 이상 고령층이 모바일‧인터넷 뱅킹 전면에 등장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업무 증가, 현금 없는 사회 등의 분위기가 이들을 ‘손안의 은행’으로 이끌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젊은 층에 비해 자산규모가 월등한 고령층이 합류하면서 시중은행은 디지털 금융의 플랫폼화에 사활을 걸고 있다. MZ세대를 중심으로 한 인터넷은행과 빅테크 기업 공세에 반격할 수 있는 자산인 만큼 이들의 충성도를 끌어올리는 게 급선무이기 때문이다.
국민일보가 4일 6대 시중은행(KB금융‧신한‧하나‧우리‧NH농협‧IBK기업은행)으로부터 2019~2021년 모바일‧인터넷뱅킹 사용자 수를 받아 집계한 결과 50대 이상 중장년층과 고령층의 규모가 크게 증가했다. 60대 이상은 2019년말 1254만여명에서 2020년말 1505만여명으로 20.0% 급증했다. 올해 들어서도 5월말 기준 1581만여명으로 5.1% 이상 증가세를 지속 중이다. 50대 사용자 역시 2019년 1891만여명에서 지난해 2098만여명(11.0%)으로 늘어난 데 이어 지난 5월말엔 0.5% 늘어난 2107만여명을 기록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해 고령층이 대면 업무를 피하는 경향이 심화했다”며 “여기에 구조조정으로 은행 점포가 지속해서 사라지고 있고, 현금을 사용할 일이 거의 없어진 사회 분위기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 “젊은 세대 중심의 은행 거래 변화상이 사회 윗단까지 확장된 것”이라고 말했다.
40대 이하 디지털 금융 사용자 수는 감소세다. 특히 20대 이하의 경우 지난해 2520만여명에서 지난 5월 2308만여명으로 8.4%나 줄어들었다. 30대는 2767만여명에서 2653만여명(-4.1%)으로, 40대는 2797만여명에서 2748만여명(-1.8%)으로 각각 감소했다. 이는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 등 인터넷 은행과 네이버 파이낸셜‧카카오페이 등 빅테크 기업으로 거래처를 옮긴 것으로 관측된다.
젊은 세대의 이탈 속에 등장한 디지털 시니어는 시중은행의 큰 지원군으로 여겨지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현재 시중은행은 할 수 있는 건 모두 비대면 업무로 돌리는 분위기”라며 “이런 기류 속에서 자녀나 노인 대학 등으로부터 디지털 금융 사용법을 배워 접근하는 고령층이 상당히 많이 늘었다”고 말했다.
디지털 시니어는 대체로 자산은 풍족하고, 기존 은행에 대한 충성심이 높다. 인터넷 은행업계가 선점했던 비대면 대출 업무 등에 시중은행이 공세를 펼치는 것도 이들을 흡수하기 위한 목적이다. 우리은행의 경우 이날 금융권 최초로 지점 방문 없이 신청부터 실행까지 전 과정을 모바일뱅킹으로 할 수 있는 주택담보대출 ‘우리WON주택대출’을 출시하기도 했다. 부부 공동명의인 경우나 미성년자 세대원 동의 절차 등도 지점 방문 없이 가능하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인터넷은행과 빅테크 기업 등의 공세에 적기 대응하지 못하면 이들에게 종속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이들의 서비스에 우위를 점할 수 있는 플랫폼을 다각도로 구축해 디지털 시니어를 안착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들을 성공적으로 안착시킨다면 자녀 세대인 MZ세대도 미래 고객으로 흡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