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4일(현지시간) 무너진 미국 플로리다주의 12층 아파트가 설계도보다 적은 양의 철근을 사용해 지어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3일 보도했다.
플로리다주 서프사이드에 위치한 ‘챔플레인타워 사우스’ 아파트는 136채 중 55채가 무너진 상태다. 이번 붕괴 사고로 현재까지 최소 24명의 사망자와 121명의 실종자가 나왔다.
서프사이드 당국의 의뢰로 붕괴 원인을 조사 중인 포렌식 엔지니어 앨린 킬셰이머는 NYT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옥외 지상 주차장 아래 콘크리트 슬래브와 건물의 수직 기둥들을 연결하는 데 사용된 철근의 양이 최초 설계에 나온 것보다 적을 수 있다고 밝혔다.
킬셰이머는 “철근 막대들이 설계 원안에서 요구하는 것과 다르게 배열됐을 가능성이 있다”며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좀 더 가까이에서 잔해를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미국공학아카데미 회원인 설계 전문가 샨카 나이어도 붕괴된 건물 서쪽에 있는 기둥 3개의 사진에서 보이는 철근과 설계가 일치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들 기둥은 지상 1층 주차장에 위치했다는 점에서 전문가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최소 2명의 목격자가 건물이 무너지기 몇 분 전 지상 주차장 일부가 먼저 붕괴했다고 진술했기 때문이다.
물론 기둥 속에 겉으로 보이지 않는 철근이 더 있을 가능성도 있다. 또 철근이 조금 부족하더라도 이를 아파트 전체 붕괴의 원인으로는 보기 어렵다는 견해도 많다.
킬셰이머는 철근 부족이 아파트 붕괴 원인인지 아닌지를 평가하려면 더 많은 분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돈 레먼 워싱턴대 구조공학 교수는 철근이 콘크리트로부터 깨끗하게 떨어져나와 매달린 장면을 근거로 콘크리트 부식, 접착력 약화 등의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1981년 완공된 이 아파트 건물은 2018년 한 구조공학 기업으로부터 910만 달러(약 103억원) 규모의 보수 공사가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한편 다니엘라 레빈 카바 마이애미데이드 카운티장은 지난 2일 해당 아파트의 철거 명령에 서명했다. 수색 및 구조작업이 이어지고 있지만 붕괴되지 않은 나머지 아파트 부분까지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가 큰 상황이다.
라이드 자달라 마이애미데이드 소방서장은 이날 실종자 가족들에게 가능하면 빨리 건물을 철거할 계획이라면서 이르면 4일 철거가 이뤄질 수 있다고 전했다.
철거 준비에는 14시간가량이 소요되며 1~2층의 기둥에 구멍을 뚫은 뒤 기폭장치를 설치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