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잃은 비트코인 1조원 끝내 증발하나…시장 영향?

입력 2021-07-04 14:51 수정 2021-07-04 14:52

지난달 해변에서 숨진 채 발견된 루마니아 출신 억만장자가 보유했던 가상화폐 비트코인 1조1000억원어치가 시장에서 끝내 소멸될 것으로 보인다. 그가 가상화폐 지갑의 비밀번호를 아무에게도 남기지 않아 아무도 접근할 수 없어 그 안의 비트코인을 찾을 수 없게 됐다고 미 금융전문매체 마켓워치가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어마어마한 비트코인을 쥔 채 숨진 이는 가상화폐 거래소 ‘MPEx’를 설립하고 운영한 루마니아 출신 미르체라 포페스큐(41)다. 그는 지난달 23일 코스타리카 플라야 에르모사 인근 바다에서 아침 수영을 즐기다가 조류에 휩쓸려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켓워치 보도에 따르면 포페스큐는 가상화폐 시장이 형성된 초창기부터 이 분야에 발을 담근 투자자로, 현재 그의 비트코인 보유량이 얼마나 되는지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2013년 당시 이미 비트코인 3만개를 가진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는 4일 현재가 기준 1조 1700억원 수준에 달한다.

지난 4월 비트코인 가격이 정점을 찍었을 땐 20억달러(2조2600억원)에 육박하는 가치다.

문제는 그가 비트코인을 저장한 디지털지갑 비밀번호를 아는 이가 없다는 점이다. 은행에 예금된 돈의 경우 유족이 계좌 비밀번호를 몰라도 은행이 신원확인을 거쳐 돈을 받을 수 있지만, 블록체인을 사용하는 가상화폐에선 디지털지갑 비밀번호를 모르면 아무도 화폐를 찾아줄 수 없다.

암호자산 거래 솔루션을 제공하는 ‘보이저 디지털’의 스티브 에를리히 최고경영자(CEO)는 경제매체 마켓워치에 “비트코인이 디지털지갑에 저장됐든 하드웨어(물리적) 지갑에 있든 비밀번호를 알아야 접근할 수 있다”라면서 “포페스큐 지갑 비밀번호를 아는 사람이 없다면 그의 비트코인은 사실상 사라지는 것”이라고 전했다.

가상화폐 전문매체 크립토브리핑의 알렉산더 마르더 애널리스트 역시 최근 탈세혐의를 받다가 스페인 구치소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존 맥아피 사례와 마찬가지로 포페스큐의 비트코인도 시장에서 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포페스큐 보유 비트코인이 알려진대로 3만개라면 이는 2100만개로 정해진 비트코인 총량의 0.14%가량을 차지하는 것이다. 비트코인은 전체의 약 90%가 채굴됐다고 추정되는 상황이다. 한정된 수량 중 상당량이 소멸될 경우 시장 가격에도 영향이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마켓워치는 이날 암호화폐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포페스큐가 소유한 비트코인이 사라지면 비트코인의 가치가 올라갈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자산시장 분석업체 체이널리시스(Chainalysis)에 따르면 지난 1월 기준 이미 채굴된 1850만개 비트코인 중 20%가 분실됐거나 지갑에 묶여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