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중사’ 전엔 ‘오 대위’…“내 딸 죽음과 어찌 이리 똑같나”

입력 2021-07-04 14:22
JTBC 캡처

8년 전 직속상관의 성적 요구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한 ‘오 대위’의 아버지가 ‘공군 이 중사’ 사건을 수사 중인 국방부를 향해 “믿을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딸이 겪었던 것과 똑같은 사건이 되풀이됐다며 “더 이상의 피해자가 나오지 않아야 한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오 대위의 아버지 A씨는 3일 “어떻게 그리 똑같나. 하나도 틀리지 않다”면서 왜 똑같은 사건이 똑같이, 그대로 일어났나”라고 JTBC에 말했다.

강원도 화천 육군 15사단 소속이던 오 대위는 2013년 10월 노모 소령의 업무상 가해와 성추행 등을 견디다 못해 극단적 선택을 했다. 주변 증언에 따르면 노 소령은 오 대위를 성추행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성관계 요구를 들어주지 않는다며 보복성 야간근무 등 업무상 가해를 반복했다.

오 대위는 오후 6시쯤 업무 지시를 받고 자정을 넘겨 새벽 4시까지 근무를 하는 등 괴롭힘에 시달렸다고 한다. 그는 끝내 차 안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당시 차량 블랙박스에는 “죽기 싫다” “살고 싶다” 등의 말을 반복하며 흐느끼는 오 대위의 음성이 담겨있었다.

딸의 죽음 이후 산속에서 세상을 등지고 살았다는 A씨는 이 중사 사건을 뒤늦게 알고 펑펑 울었다고 했다. 이 중사 역시 상사에게 성추행을 당한 뒤 이를 신고했다가 군 내 조직적인 압박과 회유에 시달렸다. 이후 제대로 된 조사조차 받지 못한 채 지난 5월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A씨는 “그때 국방장관이 그런 일은 두 번 다시 안 일어날 거라고 하지 않았나”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A씨는 군사법원이 1심에서 노 소령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했던 일을 떠올리며 군이 아닌 다른 기관이 수사를 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시 노 소령은 성폭력과 업무상 가해 등이 오 대위의 직접적 사망 원인이라는 심리부검 결과가 나온 뒤에야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A씨는 “집행유예가 나왔을 때 (귀에) 아무것도 들어오지 않았다. 그 자리에서 죽고 싶었다”며 “방송할 때만 잘해준다고 하지만 돌아서면 끝”이라고 말했다.

또 “더는 국방부를 못 믿겠다”면서 “이번 기회에 외부 민간에서 기구를 만들어서 처리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우리 딸이 처음에, 이 중사가 두 번째 당했지 않나”라며 “세 번째는 정말 안 나와야 한다. 몇 년 후에 이런 일이 또 나오면 그때는 뭐라고 할 건가”라고 덧붙였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