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밤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예비후보 9명이 처음 맞붙은 TV토론에선 ‘1위 주자 이재명 대 反이재명’ 구도가 선명히 드러났다.
토론 시작부터 이재명 경기지사의 대표 브랜드인 기본소득에 대한 공세가 시작됐다. 경쟁 주자들은 이 지사가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기본소득이 1번 공약이 아니다”고 언급한 것을 놓고 ‘말 바꾸기’라고 지적하며 ‘믿을 수 없는 후보’라 몰아세웠다. 이 지사 역시 이를 정면으로 반박하며 불꽃 토론이 이뤄졌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이 지사에게 “수시로 말이 바뀐다”면서 “1위 달리는 후보가 국민에게 신뢰를 줄 수 없는 공약으로 가면 정권 재창출이 가능하겠느냐”고 비판했다. 박용진 의원도 “한 달 전까지도 증세 없이 50조 원을 나눠줄 수 있다며 야당 정치인과 논쟁한 분이 제1 공약이 아니라고 하면 국민이 뭐가 되느냐”면서 “말을 바꾸고 신뢰를 얻지 못하면 표리부동한 정치인, 불안한 정치인”이라고 날을 세웠다.
이 지사는 이에 “저는 아직 하나도 공약한 게 없다”고 맞섰다. 박 의원이 ‘별장’ 관련 이 지사 발언에 대해 “별장은 별도 세목을 두고 재산세를 강하게 물린다. 별장이 생필품이라고 하면 생필품 없는 국민은 억장이 무너진다”고 지적하자, 이 지사는 “말꼬리 잡지 말라”며 불편한 기색을 보이기도 했다.
이낙연 전 대표는 이 지사의 거친 표현들을 비판 대상으로 삼았다. 그는 이 지사가 지난 1일 경북 안동을 찾아 ‘영남 역차별’을 언급한 것과 관련해 “지역 문제에 너무 거칠게 접근한 잘못이 있다”며 “해명을 거짓으로 한 것도 문제다. 신뢰의 지도자가 될 수 없다”고 했다.
또 “경선 (일정과) 관련해 본인과 다른 의견을 향해 ‘약장수’라고 했다. 그런 거친 표현을 쓰는 게 옳으냐”며 “기본소득 정책도 차제에 정리하고 폐기하는 게 어떠냐”고 비판했다.
이런 가운데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현재 1, 2위를 달리는 이 지사와 이 전 대표 모두를 향해 “둘 다 경선 승복하고 누구를 위해서도 선대위원장을 열심히 해줄 수 있느냐”고 물어 “네”라는 답을 끌어내는 등 차별화 전략을 취했다. 기본소득을 둘러싼 토론이 격화되자 “좋은 정책을 숙성·발전시켜 현실화하는 것이 필요하지 이를 거짓말쟁이라고 날 선 비판하는 것은 지지자들이 보기에 유감스러울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야권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대한 언급이 나오자 가장 격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추 전 장관은 윤 전 총장의 대권 도전에 대해 “정치 중립, 생명과도 같은 (검찰총장) 자리를 박차고 나온 것은 있어선 안 될 해괴망측한 일”이라고 비방했다.
추 후보는 윤 전 총장의 장모 사건과 관련해서도 “기소만 하면 저렇게 3년 실형이 나올 정돈데 그동안 뭐했냐, 누가 입건조차 안 했냐. 그 배후에 혹시 개입하지 않았냐는 국민의 의혹 있다”며 “그 당시 제가 감찰이나 이런 것을 할 때 언론이 한결같이 문제를 일으킨 사람한테 취재해야 하는데 오히려 제가 허위를 기반으로 징계한다고 과장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추 전 장관은 “우리가 좀 민주주의의 확고한 정신을 꽉 잡아야 한다”며 “검찰 개혁, 언론 개혁이 꼭 필요하다 여전히 그렇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 전 대표도 윤 전 총장에 대한 비판에 가세했다. 그는 ‘충청권에 윤 전 총장의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는 양승조 후보의 지적에 “윤 전 총장이 붕괴하고 있다고 직감하고 있다”고 단언했다.
이 전 대표는 “윤 전 총장은 출마 선언한 지 며칠 되지 않아서 민낯이 드러나고 있다”며 “국민 검증은 이미 혹독하게 시작했고 오래 버티지 못하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 의미에서 양승조 후보께서 우선 최고로 선전해 주시기를 기원한다”며 “언제든지 협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