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부장검사와 경찰, 언론인들에게 금품을 제공한 혐의를 받는 수산업자 김모(43)씨가 검찰 고위직 출신의 법조계 인사는 물론 박지원 국정원장에게도 금품을 제공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에 대해 박 원장 측은 “김씨가 자택으로 선물을 보내왔지만 돌려줄 만큼 고가는 아니었다”는 취지로 해명했다.
MBC는 김씨의 비서 역할을 했던 A씨 말을 인용해 김씨가 정·관계 유력인사 여러 명에게 선물을 살포했고, 이 중 검찰 고위직 출신의 법조계 인사와 박지원 국정원장도 포함됐다고 2일 보도했다. A씨는 “사업가 김씨가 여야 정치권 인사들과 두루 친분을 쌓았다”고 밝혔다.
또 A씨는 “일부 정치권 인사는 김씨 친척의 장례식에 조화도 보내왔다”고 주장했다. A씨는 아직 알려지지 않은 인물도 언급했다. “김씨 부탁을 받고 직접 검찰 고위직 출신 법조계 인물에게 250만원이 넘는 금품을 전달했다”고 한 A씨는 “박지원 국정원장의 자택까지 찾아가 문 앞에 고급 수산물을 배달했다”고 말했다.
다만 선물을 전달한 정확한 시점은 밝히지 않았다. 그는 “아나운서나 가수, 연예계 관계자들에게도 고급 수산물을 선물했다”고도 했다. 사업가 김씨의 또 다른 지인 역시 김씨가 각계 인사에게 수산물을 선물로 돌렸다고 전했다.
김씨의 지인은 MBC에 “(검찰) 지청장하고 시장하고 이래저래 많이 하더라”며 “동해안 쪽에서만 나는 귀한 물건이다. 자기가 배를(수산업을) 한다고 속였으니 ‘이런 걸 우리 배에서 잡았다’고…”라고 매체에 말했다.
이에 대해 박 원장 측은 MBC와 KBS, 동아일보 등 여러 매체를 통해 “김씨가 자택으로 선물을 보내왔지만, 특별히 비싸다거나 기억에 남는 선물이 아니었다. 돌려줄 만큼의 고가는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박 원장 측은 “전직 동료 국회의원 소개로 김씨를 만났고 이후엔 만나지 않은 것 같다. 특별히 인상이 남지 않아 잊고 지내다 이번에 기사가 난 것을 보고 그 사람인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수산업자 김씨에 대해서도 “인터넷 언론사 부회장을 하고 있고 체육계에서 활동하는 인사 정도로 소개받았다”고 했다. 김씨의 비서로 알려진 A씨가 박 원장에게 선물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진 것에 대해서도 “그 비서가 누군지 모른다”고 설명했다.
김씨의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최근 A씨를 포항에서 서울까지 압송해 조사했다. 김씨는 ‘선동 오징어(선상에서 급랭시킨 오징어) 사업’을 한다면서 투자 명목으로 7명으로부터 116억여원 상당의 돈을 가로챈 혐의(사기)로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다. 피해자 가운데 김무성 전 의원의 친형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가짜 명함, 유력인사들과의 친분을 내세워 사기 행각을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현직 부장검사, 총경급 경찰 간부, 이동훈 전 조선일보 논설위원, 엄성섭 TV조선 앵커 등 수사기관과 언론계 인사들이 현재 금품수수 혐의로 입건돼 경찰 수사 대상에 올라있다.
경찰은 A씨의 휴대전화에서 선물 배달 정황이 담긴 메신저 대화 내용, 음성 녹음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일부는 청탁금지법 적용 대상이 아니거나 금액이 처벌 기준에 미치지 않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