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겸 국무총리가 주말 대규모 집회를 예고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에 “수도권에서의 대규모 집회는 코로나19의 불길에 기름을 붓는 위험천만한 행동”이라며 “지금이라도 집회를 철회하는 결단을 내려달라”고 촉구했다.
김 총리는 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발표한 코로나19 방역 관련 대국민 담화문에서 이같이 말하며 “민주노총이 만약 집회를 강행한다면 정부는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해 엄정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민주노총은 오는 3일 중대 재해 근절 대책과 최저임금 인상 등을 요구하는 전국노동자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정부는 여의도 등 서울 도심에서 8000명 이상이 집결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김 총리는 이날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 사무실을 직접 찾아 집회 자제를 강력 요청했지만 관계자들로부터 입장을 저지 당해 발길을 돌려야 했다. 김 총리는 현장에서 민주노총 관계자들을 만나 “이 상황을 풀 수 있도록 도와주시면 안 되겠나. 어떻게든 좀 도와주시면 안 되겠나”라며 “지금 절박하다. (총리가 찾아와서) ‘쇼한다’고 하시지만, 한 번만 좀 도와달라. 지금 변이바이러스가 퍼져나가기 시작하는데 이게 전국적으로 확산하면 안 된다”고 호소했다.
입구에서 김 총리를 마주한 한상진 대변인은 “정부에서 방역 실패한 것을 왜 우리에게 와서 (집회 자제를 요청하는) 그림을 만드려고 하시냐”라며 “(관객 입장을 재개한) 야구장은 어떻고, 공연장은 어떤가. 감염 위험이 없나”라고 항의했다. 이양수 부위원장은 “대화하시고 싶으시면 정식으로 이야기해서 자리를 만들라”고 맞섰다.
김 총리는 최근의 코로나19 확산세와 관련해서도 “지난 1년 반 동안 모든 국민이 고통을 감내하며 힘들게 쌓아 온 우리의 방역이 중대한 위기에 처했다”며 “방역 대응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지자체와 긴밀히 협의해 언제라도 거리두기 단계를 상향하는 한편, 실효성있는 방역 조치를 추가로 강구할 것”이라며 “당분간 모임과 회식은 자제하고 백신을 접종했더라도 사람이 많은 실외에서는 반드시 마스크를 써달라”고 당부했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이날 0시 기준 신규 확진자가 826명 늘었다고 밝혔다. 800명대 일일 확진자는 지난 1월 7일(869명) 이후 176일 만이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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