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군정, 자국 언론인 고문하고 해외언론 협박까지

입력 2021-07-01 19:52
미얀마 최대 도시 양곤에서 지난 3월12일(현지시간) 시위대가 구금 중인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의 사진을 들고 휴대폰 불빛을 비추며 독재에 대한 저항의 상징인 '세 손가락 경례'를 하고 있다. AFP

미얀마 군정의 횡포가 날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미얀마 군사정부는 ‘쿠데타’나 ‘군정’ 등의 표현을 사용하는 해외 언론에 강력 대응을 경고하는 등 언론탄압에도 거침없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1일 군부 소속 미얀마 정보부가 성명을 내고 쿠데타, 군정과 같은 표현을 쓰는 외신에 대해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미얀마 군부는 또 가짜뉴스 인용 및 과장보도, 허위사실 유포에 대해 현행법에 따라 조처하겠다는 엄포도 내놨다.

그동안 미얀마 군정은 자국 내에서 쿠데타를 규탄하는 다수의 언론인을 구금하고 일부 독립언론의 운영허가를 취소해 국제 언론 단체로부터 비난을 받았다.

그런데 여기서 멈추지 않고 해외 언론까지 겨냥하고 나선 것이다. 해외 언론들은 그동안 미얀마 국가평의회를 군정으로 표현하고, 아웅산 수치 고문이 이끄는 정부를 전복한 군부 행위를 쿠데타로 칭해왔다.

반면 미얀마 군부는 “지난해 11월 시행된 선거가 부정선거이며 이를 바로잡기 위한 정당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며 정당성을 주장하고 있다.

국민일보 DB

미얀마 군정의 폐단은 이뿐만이 아니다. 언론인 등 시민들을 잡아들여 감금하고 고문을 자행하고 있다.

미얀마 군부가 쿠데타 이후 잡아들인 시민 2000명이 지난달 30일 석방됐다. 이 가운데 반군부 인사들이 체포 및 심문 과정, 또 교도소 수감 중 어떻게 고문이나 폭행을 당했는지에 대한 폭로가 쏟아져 나왔다.

지난달 풀려나 미국으로 추방된 나탄 마웅 카마윳 미디어 편집장은 1일 현지 매체 이라와디와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자신이 겪은 고문을 전했다. 군경은 나흘 동안 잠도 재우지 않고 물조차 제대로 주지 않은 채 끊임없이 추궁했다. 또 주먹으로 온몸을 치고 발로 차기까지 했다.

함께 붙잡힌 동료 한타 녜인이 전한 상황은 더 잔혹했다. 군부는 문민정부 여당인 민주주의민족동맹(NLD) 관계자들의 연락처가 있을 것으로 보고 녜인의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알기 위해 가슴을 담배로 지졌다. 차디찬 얼음물에 수 시간 동안 발을 담그게 했고, 옷을 벗긴 채 강간하겠다고 위협도 했다. 앉은 자세를 취하게 한 뒤 움직이면 가차 없이 몽둥이가 날아왔다.

고문과 협박을 견디지 못하고 녜인은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말했다고 한다. 휴대전화에서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은 물론 틴 초 전 대통령 및 여러 해외 언론인들과 함께 찍은 사진이 다량으로 나오자 녜인은 더 심하게 두들겨 맞았다.

마웅은 “그들에게 나는 인간이 아니었다. 그들은 나를 동물처럼 취급했다”고 고통스러웠던 순간을 털어놓았다.

한다녕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