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받을 자격 있나” 국민도 국회도 싸늘한데…KBS 수신료 3800원 될까?

입력 2021-07-02 02:00 수정 2021-07-02 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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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가 TV 수신료를 현행 2500원에서 3800원으로 올리기로 하고 대국민 설득 작업에 돌입했다. 반대 여론이 만만찮은데다 국회 문턱까지 수신료 인상 현실화까지 갈 길이 멀다는 관측이 나온다.

양승동 KBS 사장 “더 미룰 수 없었다”
양승동 KBS사장이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별관 공개홀에서 열린 텔레비전방송수신료 조정안 관련 기자회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양승동 KBS 사장은 1일 수신료를 월 3800원으로 인상하는 의결안이 전날 이사회에서 통과된 것과 관련해 “더 이상 미룰 수 없었다”고 밝혔다. 양 사장은 이날 여의도 KBS 별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코로나19로 어려운 상황에 꼭 지금 수신료를 인상해야 하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며 이같이 말했다.

KBS 이사회는 지난달 30일 회의에서 이사진 11명 중 찬성 9명, 반대 1명, 기권 1명으로 수신료 인상안을 통과시켰다.

양 사장은 “코로나19를 비롯해 다양한 재난재해를 겪으며 공영방송의 공적 정보 전달 기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고, 글로벌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등 거대 상업 미디어의 확장 속에서 방송의 공정성과 다양성 등 공적 가치가 위협받는 상황이 방치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수신료 조정안에 담긴 경영 투명성과 시청자 참여 확대, 공정한 뉴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재난방송 모두 제대로 이뤄내겠다”고 강조했다.

KBS의 공정성과 방만 경영에 대한 비판과 관련, 부족한 부분을 인정하며 개선해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양 사장은 “최근 수년간 임금을 사실상 동결 수준으로 억제했고, 고강도 예산 긴축으로 연 1500억~2000억원의 비용을 절감했다”며 “앞으로 5년간 900여명의 인력을 더 줄여 인건비 2600억원을 절감하고 콘텐츠 수입 확대 등으로 2000억원의 부가 수입도 마련하겠다”고 했다.

양 사장은 ‘수신료 인상을 하면 당장 무엇이 바뀌느냐’는 시청자의 물음에 “당장 모든 게 달라질 수는 없겠지만 분명히 시청자가 원하고 기대하는 모습으로 바뀌어 갈 것”이라고 답했다.

“수신료 올릴 자격 없어” 반대 여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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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자들은 KBS의 수신료 인상 추진에 적잖은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다. 실제로 지난 2월 리서치뷰와 미디어오늘이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76%가 수신료 인상에 반대했다.

한 네티즌은 “주변에 누구도 (수신료 인상을) 찬성하는 사람이 없다”며 “수신료의 가치, 방송의 질로 보자면 (수신료 인상에) 반대한다”고 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KBS 수신료 해지 방법을 찾고 있다”며 “대한민국 공영방송이라고 느끼지 못했기 때문에 수신료가 너무 아깝다”고 전했다.

이 밖에도 “코로나 사태로 힘든 시기에 수신료를 올리는 건 말이 안 된다” “KBS 어차피 보지도 않는데 무슨 수신료 인상이냐” “세금으로 KBS 직원 배를 불리는 거냐” 등의 반응이 나왔다.

일각에서는 수신료 인상의 필요성에 공감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 네티즌은 “공영, 재난주관 방송국이라 타 방송국보다 수익률 낮은 방송을 만들 수밖에 없는 구조라 만성적인 적자이긴 하다”고 했다.

여야 정치권에서도 “수신료 인상 안 된다”

여야 정치권에서도 ‘수신료 조정안’을 반대하는 의견이 등장했다.

국민의힘 미디어특별위원회는 1일 성명서를 내고 수신료 인상에 대해 “KBS 프로그램의 부실함과 편파성에 실망한 대다수 TV 시청자 입장을 무시한, 크게 잘못된 행태”라고 지적했다.

김웅 국민의힘 의원은 페이스북에 “국민들 삶이 힘든데 청년악마화 그래프나 만드는 KBS에 수신료 인상이 머선129(무슨 일이고)?”라며 수신료 인상에 반대한다는 뜻을 밝혔다.

보수 야당뿐만 아니라 여당에서도 비판 목소리가 나왔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기정위) 위원장인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에 “역할과 책임을 먼저 생각하는 공영방송의 모습을 회복하는 게 우선”이라며 “수신료 인상 추진, 여기서 멈춰야 한다”고 적었다.

KBS가 수신료 인상을 하기 위해선 국민뿐만 아니라 이같이 싸늘한 국회 설득이 급선무다. 남은 절차상 국회 본회의 통과가 가장 어려운 관문이기 때문이다.

전날 KBS 이사회를 통과한 수신료 인상안은 이달 초 방송통신위원회로 넘어간다. 방통위는 접수일로부터 60일 내 검토 의견서를 붙여 국회로 넘겨야 한다. 이후 국회 과기정위에서 이를 심의, 전체회의에서 통과시킨 뒤 본회의 표결을 거쳐야 한다.

국회 문턱을 넘은 수신료 인상안은 승인을 얻은 날로부터 다다음 달 1일부터 시행된다.

김아현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