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으로 가는 월성 1호기 배임 혐의… 치열한 공방 예고

입력 2021-07-01 18:04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사진=뉴시스

월성 원전 1호기 조기폐쇄 사건에서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에게 배임 혐의가 적용되면서 향후 치열한 법정 공방이 예상된다. 이번 사건에서 배임은 원전 가동 중단으로 인해 한수원은 손해를 본 반면 정부가 이익을 봤다는 것이다. 유죄가 인정될 경우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타격을 받고 월성 1호기 폐쇄와 관련해 대규모 민사소송이 잇따를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전지검 형사5부가 정 사장에게 적용한 배임 액수 1480억원에는 월성 원전이 정상 가동됐을 경우 한수원이 입지 않아도 됐을 손해, 경제성 평가 조작에 따라 정부가 손실을 보전해주지 않아 한수원이 입은 손해 등이 포함됐다 배임 혐의가 성립하면 범행을 통해 이익을 본 주체가 필요한데 검찰은 이를 정부로 명시했다. 월성 1호기 폐쇄 과정에서 단순히 절차적 하자를 넘어서 한수원 법인이 손해를 입었다고 본 것이다.

향후 법정에서는 배임에 대한 인식과 고의가 있었는지, 정부가 이익을 봤다고 볼 수 있는지 등이 쟁점이 될 전망이다. 배임 혐의에 대해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 온 법원이 어떤 판단을 내릴지도 주목된다. 법원은 앞서 이명박정부 시절 자원외교 관련 배임 사건으로 기소된 김신종 전 한국광물자원공사 사장, 강영원 전 석유공사 사장에 대해 모두 무죄를 확정했다.

당시 법원은 배임 혐의에 대해 “정책 판단의 문제였고 법의 잣대로 재단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취지의 판단을 내렸다. 하지만 월성 원전 수사팀은 경제성 평가 조작이 이뤄졌고 한수원이 실제 손해를 입었다는 점에서 유죄 입증을 자신한다.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한수원이 손해를 보고 정부가 손실 보전을 해주지 않아 이득을 본 사실이 입증되면 배임의 기본 요건은 충족한 것”이라고 말했다.

수사팀은 수사심의위원회에서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배임 교사 혐의를 입증해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법원이 배임 혐의를 까다롭게 판단하는 점을 고려할 때 배임 교사 혐의 성립은 더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실제 피해를 본 법인이 있는 이상 검찰에서 기소를 해 법원 판단을 받아봐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백 전 장관까지 배임 교사 혐의로 기소될 경우 정부를 상대로 한 대규모 손해배상 소송이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실제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월성 1호기 폐쇄 등에 따른 피해규모에 대해 용역을 실시한 뒤 정부 상대 소송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