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냉전 시대 ‘작은 남북통일’ 이룬 실화 재현한 ‘모가디슈’

입력 2021-07-01 17:52 수정 2021-07-01 17:58
영화 '모가디슈' 스틸.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1991년 1월 아프리카 소말리아에서 남북한은 생존을 위해 ‘작은 통일’을 이뤘다. 소말리아 수도 모가디슈에서 내전이 발생하자 주소말리아 남북 대사관 사람들은 12일간 사선을 넘나들며 극적으로 동반 탈출했다. 안전지대인 케냐 남부 몸바사 공항 활주로에 도착한 이들은 기뻐하며 서로를 부둥켜안았다. 탈냉전이 시작될 무렵인 91년 남북 유엔 동시 가입을 앞두고 외교전을 벌이던 아프리카에서 전개된 극적인 드라마였다.

오는 28일 개봉하는 류승완 감독의 신작 ‘모가디슈’는 이들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류 감독은 1일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너무나도 기가 막힌 드라마와 극적인 상황의 인물들이 저를 완전히 매료시켰다”고 말했다. 류 감독이 코로나19 확산 이후 들고 온 2년 만의 신작이자 11번째 작품이다.

영화 '모가디슈' 포스터.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소말리아 내전 당시의 상황을 스크린에 그대로 옮기기 위해 고증에 공을 들였다. 류 감독은 “당시 실제 모델이었던 분들이 탈출과정에서 기록물을 분실해 기록을 찾기 어려웠다”며 “소말리아 국영방송 사장이 탈출 후 쓴 내전 회고록과 기밀 해제된 미국대사관의 기록 등 다양한 자료를 바탕으로 영화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강신성 당시 주소말리아 한국대사의 증언에 따르면 한국대사관 측 사람들은 한국에서 구조기가 온다는 잘못된 정보를 듣고 첫 번째 탈출을 감행해 모가디슈공항으로 간다. 그때 탈출을 기다리던 북한대사관 사람들을 만났다. 강 대사는 갈 곳을 잃은 김용수 북한대사에게 손을 내밀었고 더 안전한 한국대사관으로 초청해 탈출하는 순간까지 함께했다. 대낮에 대사관 차량을 무장괴한들에게 탈취당하고 관저는 총격까지 받는 긴박한 상황이었다.

영화 '모가디슈' 스틸.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모가디슈’에는 김윤석 조인성 허준호 등 충무로의 간판급 배우들이 참여했다. 김윤석(한신성 주소말리아 한국대사 역)은 “류승완 감독과 처음 만났다. 꼭 함께해보고 싶었는데 시나리오 자체가 정말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조인성(안기부 정보요원 강대진 참사관 역)은 “김윤석 선배가 이끌어주셔서 저는 리액션만 하면 됐다. 편한 현장이었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대본을 못 본 상태에서 감독의 눈빛만 믿고 참여했다”고 밝힌 허준호(림용수 북한대사 역)는 대본을 받은 뒤 어땠는지 묻자 “생각보다 분량이 적구나…”라고 답해 좌중에 웃음을 안겼다. 충무로 연기파 배우 구교환 김소진 정만식 김재화 박경혜도 함께했다.

영화는 아프리카 모로코 에사우이라에서 모든 촬영을 진행해 사실성을 높였다. 영화사 관계자는 “주소말리아 한국대사관에서 일했던 직원이 촬영현장을 방문한 적이 있는데, 당시 모가디슈를 배경으로 재현하기에 최적의 장소라 했다”고 전했다. 촬영지 반경 1㎞까지를 영화 미술팀이 모두 세트장으로 만들면서, 자고 일어나면 바로 영화 촬영에 몰입할 수 있었다고 배우들은 한목소리로 말했다. 조인성은 “가는 길은 힘들었지만, 촬영지에 도착하면 천국에 온 것 같은 기분이었다”고 전했다.

김용현 기자 fa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