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한반도 온실가스 배출량은 줄었지만, 이산화탄소 농도는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산화탄소는 한 번 배출되면 대기 중에 누적되기 때문에 배출량 감소 노력이 지속적으로 이뤄져야만 효과를 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상청 국립기상과학원이 1일 발간한 ‘2020 지구대기감시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주요 기후변화감시소의 한반도 이산화탄소 농도는 관측 이래 최고 농도를 기록했다. 충남 태안 안면도 감시소에서 관측한 이산화탄소 농도는 지난해 420.4ppm으로 역대 연평균 최고 농도를 경신했다. 고산(418.9ppm)과 울릉도·독도(417.6ppm) 역시 각각 관측을 시작한 2012년과 2014년 이래 가장 높았다. 국내 기후변화감시소는 안면도와 고산, 울릉도·독도, 포항 등 4곳이다. 이산화탄소는 지구온난화를 유발하는 온실가스를 만들어내는 대표적인 물질이다.
지난해에는 코로나19로 인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줄었던 해였다. 국립기상과학원은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전 지구적으로 25%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제로는 7% 감소에 그쳤다”며 “우리나라 감소량도 비슷한 수준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배출량은 줄었지만 오히려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아진 것은 한 번 배출되면 대기 중에 누적되고, 자연 변동성도 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지난해 이산화탄소의 자연 변동성은 배출량이 줄어들지 않았던 기간과 유사했다. 쉽게 말해 배출량이 일시적으로 줄어든다고 하더라도 단번에 감소 효과를 보긴 어렵기 때문에 자연 변동성을 넘어서는 수준의 파격적인 배출량 저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후 변화 개선의 긍정적 지표도 있었다. 대기 중에 머물면서 태양의 복사열을 산란(냉각효과)시키거나 흡수(온실효과)해 구름 형성에 영향을 미치는 국내 에어로졸(pm 10)의 연평균 농도는 대체로 감소하거나 크게 변화가 없는 것으로 관측됐다. 서쪽 지역인 안면도의 경우 관측을 시작한 이래로 연간 1.1㎍/㎤ 감소하는 추세를 보였고, 남쪽 고산의 관측값은 2011년 최초 관측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국립기상과학원은 인위적인 발생원이 다소 줄어들었기 때문으로 봤다. 에어로졸은 자연적으로 발생하기도 하지만 자동차나 연료 연소, 쓰레기 소각 등으로 발생한다.
오존 관측값 역시 지난해 다소 줄었다. 오존은 사람 호흡기에 영향을 주고 식물의 성장과 광합성 활동을 저해하는 물질이다. 지난해 안면도 지표오존의 연평균 값은 40.9 ppb로 최근 2년 평균(41.7 ppb)보다 조금 낮았다. 긴 장마로 일조시간이 줄어든 영향으로 보인다.
한편 보고서에는 지난해 월별 기상특성 분석도 포함됐다. 국립기상과학원은 따뜻했던 지난해 1월 기상 특성을 언급하며 “한반도 기상 역사를 다시 썼다”고 평가했다. 당시 차고 건조한 시베리아 고기압이 발달하지 못하면서 평년보다 3도 가량 높은 고온현상이 나타났다는 분석이다.
신용일 기자 mrmonst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