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지사가 2017년에 이어 두 번째 대권도전을 향한 공식행보를 1일 시작했다. 출발선에 선 이 지사의 존재감은 4년 전과 판이하게 다르다. 후발주자로서 대세였던 문재인 당시 후보를 추격하던 지난 대선 때와 달리 30% 안팎의 탄탄한 지지율을 기반으로 여권 내 ‘1강’ 후보로 자리매김하며 다른 후보들의 견제대상 1순위로 꼽히고 있다.
‘이재명은 합니다’라는 슬로건에서도 드러나는 행정가로서의 강력한 추진·돌파력은 이 지사의 최대 강점이다. 반면 당내 친문(친문재인계) 세력과의 반목, ‘포퓰리스트’라는 지적, ‘욕설 파문’ 등은 이 지사가 해결해야 할 숙제다.
이 지사에게 유리한 현재 판도는 외부적 요인에 기인한 측면이 있다. 차기 대권주자로 언급됐던 안희정 전 충남지사와 박원순 전 서울시장은 ‘미투 사건’에 연루되면서 스스로 무너졌다. 김경수 경남지사 역시 ‘드루킹 사건’ 재판을 마무리짓지 못하면서 대권 출마를 포기했다. 민주당 내 강력한 경쟁 상대들이 일찌감치 판을 떠나면서 이목이 이 지사에 집중되는 모양새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가 여권 내 지지율 2위를 지키며 이 지사를 추격하고 있지만 4·7 보궐선거 패배 이후 지지율을 회복하는 데 애를 먹고 있는 상황이다.
이 상황에서 이 지사는 꾸준히 유권자들을 향해 자신의 강점을 부각시켜왔다. 성남시장과 경기지사를 지내면서 보여온 행정가로서의 면모가 대표적이다. 경기도 계곡 불법시설물 정비사업 등을 통해 첨예한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능력과 돌파력을 보여줬다. 지자체장으로서 이 지사의 공약이행률은 90%를 넘는다. 이는 출마선언에서 “지킬 약속만 하고 한번 한 약속은 반드시 지켰다”고 내세우는 근거가 됐다.
2017년 대선 때부터 앞세웠던 ‘기본정책 시리즈’를 구체화하며 정책공약 부문에서도 앞서나가고 있다. 단기·중기·장기로 기본소득 도입단계를 구분하고, 재원마련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했다. 기본주택과 기본금융 정책까지 선보이면서 복지정책 논쟁의 장을 ‘선별 vs 보편’으로 끌어 왔다. 이 지사는 향후 경선 과정에서는 성장담론을 제시하는 데 공을 들인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이 지사의 여권 내 ‘1강 구도’를 여전히 불안하게 바라보는 시선도 만만찮다. 기본 시리즈처럼 실험적 성격이 강한 정책들을 앞세우고, 공약을 강하게 밀어붙이는 성향 탓에 이 지사에게는 ‘포퓰리스트’ ‘독선적’이라는 딱지가 줄곧 따라붙어 왔다. 최근 여야를 가리지 않고 쏟아지는 기본소득 비판론에 대해 유연한 태도를 보이는 것도 이런 지적들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도 나온다.
당내 친문세력의 확고한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는 점도 불리한 부분이다. 지난 대선 경선 때 문재인 후보와 경쟁하고, 경기지사 선거에서는 친문계인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과 다시 맞붙으면서 쌓인 당내 친문세력과의 앙금이 아직 제대로 해소되지 않은 상황이다.
대선 경쟁이 달아오르면서 전개될 것으로 예상되는 ‘네거티브전’도 이 지사에게는 부담스런 지점이다. 수차례 공식사과 또는 해명에도 불구하고 ‘형수 욕설 파문’ ‘여배우 스캔들’ 등은 도덕성 검증 국면에서 또다시 언급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이미 수차례 선거를 치르며 유권자들이 관련 사안들에 대해 나름의 판단을 내린 만큼 네거티브 공세가 지지철회로 이어질 만큼 파괴력을 가질 수 없을 것이란 낙관적인 관측도 캠프 내에서 흘러나온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