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조선사들이 친환경 선박 수주 및 기술개발로 전 세계 조선업계 1위 위치를 공고히 하고 나섰다.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규제가 점차 강화되며 친환경 선박이 핵심으로 떠오른 상황에서 산업 내 초격차에 가속도를 내는 모양새다.
삼성중공업은 1일 세계 최초로 엔진 없이 연료전지로 운항하는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을 개발하고 상용화에 나선다고 밝혔다. 삼성중공업은 미국 블룸에너지사와 선박용 고체산화물 연료전지(SOFC)로 추진하는 LNG 운반선 개발에 성공하고 노르웨이-독일 선급인 DNV로부터 기본 설계 승인(AIP)을 받았다.
삼성중공업이 개발한 연료전지 추진 LNG 운반선은 내연기관은 물론 오일을 이용하는 각종 장치가 필요 없어 황산화물, 질소산화물 등 유해물질이 발생하지 않고, 온실가스도 크게 감축시킬 수 있는 친환경 선박이다. 삼성중공업은 세계 최초로 연료전지 추진 LNG 운반선 개발에 성공한 만큼 선박용 연료전지 추진 시스템의 국제 표준화를 주도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한편 같은 날 한국조선해양은 총 8530억원 규모의 선박 10척을 수주했는데, 여기엔 컨테이너선으로는 세계 최초로 메탄올 추진 엔진이 탑재되는 선박이 포함됐다. 이 선박은 한국조선해양의 자회사인 현대미포조선에서 건조돼 2023년 상반기까지 인도될 예정이다.
메탄올은 앞선 SOFC와 마찬가지로 황산화물, 질소산화물, 온실가스 등 환경오염물질 배출을 대폭 줄일 수 있어 LNG, 액화석유가스(LPG)에 이은 또 다른 친환경 선박 연료로 각광 받고 있다. 현대미포조선은 현재 전 세계에서 운항 중인 메탄올 추진선 20여척 중 8척을 건조하며 메탄올 추진선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최근 조선업계에서는 친환경 선박에 대한 수요와 중요성이 모두 빠르게 커지고 있다. IMO가 2050년까지 국제해운 온실가스 총배출량을 2008년의 50% 수준으로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설정한 데 이어 최근 해양오염방지협약을 개정하면서 운항 중인 국제항해선박도 온실가스를 감축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강화된 온실가스 규제가 미칠 영향이 클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친환경 선박 시장을 빠르게 선점해야 주도권을 쥘 수 있는 만큼 업계는 친환경 선박 관련 기술 개발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정부 역시 이 같은 상황에 공감하며 지원을 약속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조선업계는 이날 울산에서 제2차 ‘조선산업 탄소중립위원회’를 개최하고 조선업계가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추진해야 할 핵심기술개발 전략 등의 이행방안을 논의했다. 박재영 산업부 제조산업정책관은 “고부가선박·친환경선박 기술력을 발전시키면 탄소중립이 조선산업의 ‘초격차’를 만들 기회가 될 것”이라며 “정부도 기술개발, 탄소중립 R&D 및 시설투자에 대한 세제 지원 등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