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우(71위·당진시청)가 윔블던 남자 단식 2회전에서 도미니크 쾨퍼(62위·독일)에 아쉽게 패하며 올해 세 번째 메이저대회 일정을 마쳤다. 비록 패했지만, 지난 프랑스오픈 생애 첫 3회전 진출에 이어 이번 윔블던에서도 첫 승을 따낸 권순우는 한 층 성장한 모습으로 2020 도쿄올림픽에 도전할 전망이다.
권순우는 1일(한국시간) 영국 런던 윔블던의 올잉글랜드클럽에서 열린 윔블던 테니스 대회(총상금 3501만6000 파운드·약 549억7000만원) 사흘째 남자 단식 2회전에서 쾨퍼에 2대 3(3-6 7-6<10-8> 6-7<2-7> 7-5 6-3)으로 석패했다.
상위 랭커 선수를 만난 권순우는 3시간 55분 동안 치열하게 맞부딪쳤다. 쾨퍼보다 위너(69-53)를 더 많이 기록했고, 전체 포인트(180-191)에서도 비등비등한 경기를 선보였다.
다만 1회전 경기가 우천 탓에 1박 2일에 걸쳐 열리면서 경기 후반부엔 도리어 힘을 낸 쾨퍼에 비해 체력적인 부담을 떠안은 모습이었다. 환상적인 플레이로 어렵게 스코어를 낸 뒤 기본적인 스트로크 실책으로 쉽게 점수를 내주는 모습이었다. 이날 권순우는 쾨퍼(47개)보다 두 배 가까운 81개의 실책을 기록했다.
특히 1-1 상황에서 맞은 3세트가 아쉬웠다. 게임 스코어 0-5로 끌려가던 권순우는 이후 갑자기 집중력을 발휘해 내리 6게임을 따냈고, 6-5까지 스코어를 뒤집었다. 일부러 상대를 방심하게 하려고 앞서 세트를 내준 것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 정도로 확 바뀐 모습이었다. 다만 타이브레이크에서 한 끝 차이로 패하며 세트를 내줬다.
이후 4세트를 따내며 반전의 계기를 만든 권순우는 마지막 5세트 2-4 상황에서 상대 서브 게임을 브레이크할 기회를 잡았지만 포핸드 샷이 라인을 살짝 벗어나는 불운 속에 쾨퍼를 따라 붙을 기회를 놓쳤다. 권순우는 경기 후반에도 스코어를 올린 뒤 강한 기합을 넣으며 자신감 넘치는 모습을 보였지만, 아쉽게 쾨퍼에 경기를 내줬다.
권순우는 경기 뒤 “4시간 경기에서 졌지만 얻은 게 정말 많다. 일단 5세트를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겨서 다음엔 5시간 경기를 보여드리겠다”며 “아쉽지만 좌절해 있는 것보다 다음 대회를 더 열심히 준비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경기에선 패했지만, 올해 권순우는 역대급 상반기를 보냈다. 이번 윔블던에서 생애 첫 승을 올린 데다, 앞서 열린 프랑스오픈에서는 2승을 거두며 역시 첫 3회전에 진출했다. 이달 중순엔 처음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대회 4강에도 올랐다. 이에 대회 뒤엔 지난해 3월 기록한 자신의 최고 랭킹(69위)을 뛰어 넘은 68위까지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이제 권순우는 한국 선수로선 13년 만에 출전하는 올림픽 무대에 도전한다. 귀국 후 자가격리 면제를 받고 소속팀 당진시청에 합류해 올림픽 대비 훈련을 이어나갈 계획이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