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맞으면 안 죽는데?…英서 불붙은 ‘신규 확진자 논쟁’

입력 2021-07-01 16:02
지난달 14일 코로나19 재확산으로 봉쇄조치가 내려지기 직전 영국 런던 중심가인 피카딜리서커스 거리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AP연합뉴스

코로나19 델타 변이가 확산하고 있는 영국에서 ‘신규 확진자 발표’ 논쟁이 불붙고 있다. 국민 절반 가까이가 백신을 완전히 접종한 상황에서 일일 신규 확진자를 밝히는 것이 오히려 공포감을 조장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다. 하지만 아직 시기상조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영국은 일단 델타 변이 확산과 관계없이 2주 정도가 지난 뒤 전국에 내려진 봉쇄를 해제할 계획이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30일(현지시간) 백신접종면역공동위원회(JCVI) 위원인 로버트 딩월 노팅엄대 교수가 전날 자신의 트위터에 “일일 코로나19 확진자 규모 발표를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보도했다.

딩월 교수는 “백신 접종과 함께 코로나19는 이제 사망의 직접 요인이 아닌 경우가 많아졌다”면서 “최근 확진자 증가세는 겁먹을 필요가 없다. 백신을 아직 접종받지 못한 젊은 층 사이의 가벼운 감염이고, 마지막 단계”라고 평가했다.

팀 스펙터 킹스칼리지런던대 교수 역시 딩월 교수의 의견에 힘을 실었다. 스펙터 교수는 “매일 많은 수의 통계가 시민들을 두렵게 하고 있다”면서 “독감과 심장병, 암에 대한 수치를 매일 보고받지 않는 것처럼 코로나19 역시 그럴 단계에 진입했다”고 말했다.

영국 외에 이미 국가나 자치주 단위에서 이미 신규 확진자 발표를 중단한 곳도 있다. 싱가포르와 캐나다 퀘벡 등에서는 아예 공표를 하지 않거나 주 단위로 신규 확진자 규모를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이들은 모두 1차 백신 접종률이 전국민의 3분의 2를 넘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퀘벡주 공중보건연구소(INSPQ)는 “백신 접종으로 인해 신규 확진자 규모가 줄어었다”면서 “안정적이고 정확한 통계를 제공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캐나다 CBC뉴스에 따르면 퀘벡주의 일일 확진자 규모는 지난달 들어 500여명에서 77명까지 줄어들었다.

그러나 신규 확진자 규모 발표를 중단이 델타 등 변이 확산 국면에서 대중에게 코로나19가 더 이상 위험하지 않다는 신호를 줄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영국 과학자문그룹 SAGE의 스티븐 라이처 세인트앤드루스대 교수는 타임스 라디오 인터뷰에서 “내각이 지난 여름 신규 확진자 폭증 직전의 실수를 되풀이하고 있다”면서 “백신 접종은 분명 감염과 입원 혹은 사망 사이의 고리를 약하게 만들었지만 아직 완전히 끊지는 못했다. 백신에 모든 것을 의존해서는 안된다”고 반박했다. 이날 영국의 신규 확진자는 2만6000여명을 기록했다.

황윤태 기자 trul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