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붕괴 아파트 주민들 옆 건물 공사에 “흔들림 느꼈다”

입력 2021-07-01 12:24 수정 2021-07-01 13:38
미국 플로리다주 서프사이드의 12층 아파트 붕괴 참사 현장에서 29일(현지시간) 응급 구조대원들이 수색견을 데리고 생존자 수색·구조작업을 벌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서프사이드 지역에서 붕괴한 아파트 ‘챔플레인 타워 사우스’의 주민들이 과거 옆 건물 공사로 인해 불안감을 호소했지만 별다른 조치를 받지 못했다고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6월 30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2019년 1월 ‘챔플레인 타워 사우스’에 살던 여성 마라 슈엘라는 플로리다의 한 건물 담당 공무원에게 “우리는 바로 옆의 공사가 너무 가까워서 걱정스럽다”고 이메일을 보냈다. 그는 옆 건물 공사 사진을 첨부하면서 “근로자들이 우리 건물과 너무 가까이 파헤치고 있기 때문에 우리 건물의 구조에 대한 우려가 있다”고 호소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메일을 보낸 지 불과 28분 만에 담당 공무원은 “우리가 점검할 것이 없다”는 답장을 보내왔다고 전해졌다.

사고 아파트 주변 건물 ‘챔플레인 타워 이스트’의 거주자 마르타 카스트로도 “이웃 사람들은 흔들림을 느꼈다고 한다. 항의하고 불만을 표출했지만 변한 게 없었다”고 CNN에 전했다.

서프사이드 당국의 한 관계자 역시 “(챔플레인 타워 사우스) 거주자들이 공사가 진행될 때마다 건물이 흔들렸다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고 밝혔다.

주민들이 문제를 제기했던 ‘87파크’라는 건물은 18층짜리 초호화 건물로 2016년부터 2019년까지 건축 공사가 진행됐다. 이 아파트는 남자 프로테니스 세계랭킹 1위 노바크 조코비치가 구입한 적이 있는 등 부유층 사이 고가로 거래돼 관심을 받기도 했다.

현재 아파트 붕괴의 원인이 이 건물 공사 때문이라는 결론은 나오지 않았다. 87파크 개발업체는 CNN에 “87파크 공사가 서프사이드에서 발생한 붕괴 사고를 초래하지 않았다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관련 원인으로는 이와 함께 콘크리트 파손, 지반 침하 등 다양한 추측이 나온다. 워싱턴포스트는 2019년 챔플레인 타워 사우스의 아파트 위원회 위원 7명 중 5명이 사임했다고 보도했다. 당시 회의록을 보면 이들이 보수 지연에 대한 불만을 표출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미국 플로리다주 서프사이드의 12층 아파트 붕괴 참사 현장 인근에 마련된 임시 추모소에서 29일(현지시간) 주민들이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한편 이날 기준 아파트 붕괴 참사 희생자는 18명으로 늘었다. 건물 잔해에 매몰돼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실종자는 145명이다. 현재까지 생존자는 아직 한 명도 찾지 못했다.

구조당국은 잔해 구조물 속 빈 공간에 생존자가 있을 가능성을 포기하지 않고 24시간 내내 구조 작업에 매달리고 있다. 이날 오전 새로운 ‘에어 포켓’도 발견한 것으로 전해졌다. 구조당국은 중장비를 활용하면 생존자 구조에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실종자 가족에게도 구조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나 추가 붕괴 우려로 가뜩이나 어려운 가운데 기상악화까지 예고돼 우려를 키우고 있다. 플로리다주 기상청은 1일까지 벼락이 치고 폭우가 내릴 것으로 예고했다. 폭풍은 잔해 구조물을 더 불안정하게 만들어 구조대까지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 플로리다 주정부는 구조 지연을 우려해 인근 주에 구조 인력 지원을 요청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영부인 질 바이든 여사는 1일 참사 현장을 방문한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바이든 대통령과 질 여사가 실종자 가족을 만나 위로하고 구조당국에 감사를 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