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리랑카 앞바다에서 화학물질과 플라스틱 알갱이를 가득 실은 컨테이너선이 침몰한 후 고래와 돌고래, 바다거북 등이 최소 200마리 죽은 채 발견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1일(현지시간) 스리랑카 매체들에 따르면 전날 침몰 컨테이너선 MV X-프레스 펄호 선장 등에 대한 재판에서 검찰은 “최근 몇 주 동안 해변으로 바다 동물 사체가 밀려오고 있다”며 “고래 4마리와 돌고래 20마리, 바다거북 176마리 등 최소 200마리가 숨졌다”고 밝혔다.
환경운동가들은 컨테이너선에서 흘러나온 플라스틱 알갱이와 화학물질이 인근 바다에서 최근 발견되는 동물 사체 원인으로 주목하고 있다. 당국은 사체 일부를 수거해 사인을 조사 중이다.
사고 주변 해역에서는 고래, 돌고래, 바다거북뿐만 아니라 새와 게 등의 사체도 잇따라 발견되고 있다.
스리랑카 인근 바다에는 바다거북 5종이 살고 있고, 특히 푸른바다거북과 올리브각시바다거북은 스리랑카 해변에 알을 낳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 5월 20일 콜롬보항 인근에서 입항을 기다리던 싱가포르 선적 MV X-프레스 펄호에서 발생한 화재는 내부 폭발 등이 겹치면서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번졌다. 불길은 12일 만에서야 진압됐지만 진화 과정에 많은 양의 물이 쏟아져 들어온 여파로 선박이 바다 밑으로 가라앉으며 선박 안에 있던 플라스틱 알갱이 등이 바다로 유출됐다.
이 선박에는 인도에서 1486개 컨테이너가 실렸는데 28개에 플라스틱 알갱이가 담겼고, 질산 25t 등도 실린 것으로 알려졌다.
환경운동가들은 벙커시유 등 약 350t의 연료유 중 일부와 화학물질이 유출됐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스리랑카 당국은 “역사상 최악의 해양 참사”라고 규정하고 러시아인 선장을 환경오염 혐의로 기소하는 한편 선주사에 잠정 손해배상금 4000만 달러(약 447억원)를 1차로 청구했다.
이와 함께 정확한 피해 규모를 파악하기 위해 41명으로 위원회를 구성해 자료를 수집 중이다.
다르샤니 라한다푸라 해양보호국장은 “실제 피해를 되돌릴 수는 없지만, MV X-프레스 펄호의 소유자들에게 금전적 보상을 요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리랑카 야생동물부는 플라스틱 알갱이와 화학물질에 따른 오염도를 파악하기 위해 호주 등 해외 전문가들에게 도움을 청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