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당 100년 시진핑, 마오처럼 톈안먼 망루 올라 ‘중국몽’ 외치나

입력 2021-06-30 18:12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9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7·1 훈장' 수여식에서 연설하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공산당 창당 100년 메시지는 ‘중국몽’(中國夢)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신중국 수립 100주년 되는 2049년 미국을 넘어서는 세계 최강국이 되기 위한 새로운 장정을 제시하면서 장기 집권의 명분을 한층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정부는 공산당 창당 100주년 기념행사가 1일 오전 8시(현지시간) 베이징 톈안먼(天安門) 광장에서 열린다고 30일 발표했다. 기념행사에서 시 주석이 중요 연설을 할 것이란 발표 외에 세부 일정은 공개되지 않았다. 시 주석의 연설은 중국중앙(CC)TV와 신화통신 등 관영 매체를 통해 생중계된다.

행사 장소가 톈안먼 광장인 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중국에서 국부로 추앙받는 마오쩌둥이 1949년 10월 1일 톈안먼 망루에 올라 신중국 수립을 선포한 것처럼 시 주석도 비슷한 장면을 연출할 가능성이 높다. 마오쩌둥 사후 1인 지도체제의 폐해를 실감한 중국은 덩샤오핑 시절 차차기 지도자를 후계자로 키우는 관례를 만들었지만 시 주석 집권 이후 깨졌다. 시 주석은 후계자를 육성하지 않았고 2018년 개헌을 통해 국가주석직 3연임 제한 조항을 삭제해 장기집권의 길을 닦아 놓았다. 마오쩌둥은 1935년 당권을 쥔 이후 76년 사망할 때까지 41년간 중국을 통치했다. 시 주석은 마오쩌둥 반열에 오르려 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런 시 주석이 임기 중 맞이한 공산당 100년이라는 역사적 순간을 집권 연장과 결부시킬 것이란 관측이 많다. 베이징 소식통은 “시 주석은 연설 내용 못지않게 형식에도 심혈을 기울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톈안먼 광장은 100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로 알려져 있다. 시 주석은 마오쩌둥처럼 광장을 가득 메운 수만명의 인민 앞에서 새로운 100년의 비전을 제시할 것으로 전망된다. 광장에 입장 허가를 받은 사람들은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했고 핵산 검사까지 마무리했다.

중국은 공산당 100년, 2049년 신중국 건국 100년이라는 ‘두 개의 100년’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시 주석은 전면적인 샤오캉(小康‧모든 국민이 풍족하고 편안한 생활을 누리는 것) 사회를 달성했다고 평가하면서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위한 청사진을 내놓을 가능성이 높다. 공산당 집권 하에 중국이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으로 도약했다는 점, 전 세계를 휩쓴 코로나19도 가장 먼저 극복했다는 점이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사상 최대 규모로 진행될 기념행사의 최대 볼거리는 에어쇼다. ‘젠(J)-20’ 등 중국의 최신형 전투기가 대거 등장한다. 인민일보 등에 따르면 지난 26~27일 톈안먼 광장을 통제한 채 진행된 예행 연습에는 군악대, 합창단, 국기 호위대, 예포 발사대, 지원인력 등 3만3000여명이 동원됐다. 여러 종류의 전투기 편대가 창당 기념일을 상징하는 ‘71’ 모양으로 비행하는 모습, 헬리콥터 29대가 숫자 ‘100’을 만든 모습 등이 목격되기도 했다.
29일 홍콩 도심 침사추이 거리에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와 홍콩 깃발이 함께 걸려있다. 7월 1일은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 기념일이자 홍콩 중국 반환 24주년 기념일이다. AFP연합뉴스

중국이 공산당 100년 행사를 대대적으로 벌일 때 홍콩에는 경찰 1만명이 배치된다. 7월 1일은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이자 홍콩 중국 반환 24주년 기념일이다. 매년 이날이면 홍콩에선 민주 진영 주도로 집회가 열렸지만 올해는 보기 힘들 전망이다. 홍콩 경찰은 불법 집회에 무관용 원칙을 적용하겠다고 경고했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