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시들 연애라도…멜로 장인이 빚은 현실 로맨스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

입력 2021-06-30 17:55
영화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의 주인공 키누(아리무라 카스미)와 무기(스다 마사키)가 동거를 시작한 집에서 시간을 보내는 모습. 미디어캐슬 제공

“내 인생 목표는 너와의 현상유지야.”

20대 초반의 무기(스다 마사키)는 여자친구 키누(아리무라 카스미)에게 말한다. 그 순간엔 어떤 어려움이 찾아와도 사랑을 지킬 수 있을 것만 같다. 하지만 현실은 생각처럼 쉽지 않다. 모든 면에서 잘 맞는 것 같았던 두 사람은 언젠가부터 어떤 것에도 공감하지 못한다.

영화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는 집에 가는 막차를 놓친 후 우연히 만나 사랑에 빠진 대학생 무기와 키누가 5년 간 이어가는 연애의 과정을 그렸다. 생각만 해도 가슴이 두근거리던 연애 초기, 사랑이 무르익고 동거를 시작하며 모든 일상을 공유하던 날들,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치고 갈등을 이어가는 순간들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제작진은 영화 곳곳에 현실 연애의 디테일을 구현해냈다.

두 사람이 동거하는 집으로 등장하는 영화 세트는 화면에 담기지 않는 가구와 소품 하나하나까지 섬세하게 채워졌다. 두 사람이 아직 취업 전이라는 점을 감안해 선반은 무기가 직접 만들고, 가전과 가구도 새 제품을 사기보다는 재활용 센터에서 하나씩 구매했을 거라는 현실적인 설정들을 반영했다.

커플의 패션도 5년의 시간을 보여주는 장치로 활용됐다. 동거를 시작한 때 현관에는 똑같은 운동화가 놓여있다. 각자 사회생활을 하게 된 뒤 현관에 놓인 두 켤레의 다른 구두는 두 사람의 감정도, 상황도 달라졌다는 것을 보여준다.

플레이리스트는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간다. 두 사람은 처음 같이 간 노래방에서 ‘크로노스타시스’라는 노래를 부른다. 크로노스타시스는 집중력이 고도에 달한 순간 일시적으로 시간이 멈춘것으로 여겨지는 현상을 뜻하는 그리스어다. 헤어짐이 다가온 시기 두 사람이 노래방에서 부르는 노래엔 “어떻게든 미래를 바꾸고 싶어. 잡을 수 없는 우리의 손”이라는 가사가 등장한다.

관객 각자가 기대하는 엔딩은 다를지라도 영화를 보는 내내 공감 포인트는 끊이지 않는다. 막차를 놓친 뒤 밤새 술집에 앉아 서로의 공통점을 확인하고, 각자가 좋아하는 장소를 함께 다니는 커플의 모습은 관객 각자가 경험한 연애의 시작을 떠올리게 한다. 시간이 흘러 익숙해지고 소홀해지는 관계, 서운함이 쌓여 폭발하는 순간은 누군가 하고 있는 연애의 과거, 현재 또는 미래다.

영화는 ‘영원한 사랑’에 대한 기대를 여지없이 져버린다. 화려하게 피고 쓸쓸하게 지는 꽃처럼 연애는 끝이 난다. 씁쓸하지만 마냥 슬프지만은 않다. 두 사람은 서로의 청춘에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어준 데에 고마움을 전한다. 다시 일상을 이어가고, 또 다른 연애를 한다. 끝이 있더라도 매번 최선을 다해 해볼 만한 것, 연애도 그런 것 중 하나가 아닐까.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는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의 사카모토 유지가 각본을 쓰고 ‘지금, 만나러 갑니다’의 도이 노부히로 감독이 만든 작품이다. 일본 개봉 당시 ‘귀멸의 칼날’을 누르고 6주간 박스오피스 1위를 유지했다.

영화는 일본 최고의 청춘 스타인 스다 마사키와 아리무라 카스미가 주연을 맡아 화제가 됐지만 국내에도 많은 팬을 가진 배우 오다기리 조, ‘심야식당’의 마스터로 잘 알려진 코바야시 카오루가 카메오로 등장해 눈길을 끈다. 개봉은 다음달 14일이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