널뛰는 자산 양극화로 내 집 마련 걱정에 시달리는 청년들이 공매(공기관이 실행하는 매매)에 몰리고 있다. 2030세대 공매 참여자만 3년 새 76%가 늘었고, 이 중 20대는 배 이상 급증했다. 주택 가격이 근로소득만으론 엄두도 내지 못 할 수준으로 치솟자 틈새 시장 공략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30일 국민일보가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로부터 입수한 ‘온비드 일반회원 연령대 및 낙찰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 3여년간 청년 공매 참여자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온비드는 캠코가 운영하는 공매 시스템으로 전국 공공기관 자산, 압류 물품 등을 공개경쟁입찰방식으로 판매하고 있다. 가구, 사무용품, 귀금속부터 아파트, 오피스텔, 빌라 등 거주용 부동산까지도 구매할 수 있다. 특히 시세보다 저렴하게 부동산을 매입할 수 있다는 점이 알려지며 입소문을 탔다. 이번 달 서울에서만 강남구, 용산구, 송파구 등 인기 지역에서 아파트 매물 29개가 쏟아졌다.
과거 공매·경매는 기성세대의 전유물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하지만 부동산 가격이 치솟자 MZ세대 공매 참여자는 2018년 말 7만3968명에서 지난 29일 13만419명으로 76.3% 급증했다. 20대로 범위를 좁히면 증가율은 더 가팔라졌다. 같은 기간 20대 공매 참가자는 1만2740명에서 3만362명으로 138.3% 늘며 전 연령대에서 최고 수준의 증가율을 보였다. 30대 참여자는 6만1228명에서 10만57명으로 63.4% 증가했다. 이어 40대(44.1%), 50대(36.7%), 60대(22.7%), 70대 이상(6.5%) 순으로 늘었다. 이에 따라 2030세대가 전체 공매시장에서 참여하는 비율도 19.4%에서 23.9%로 상승했다. 반면 40대 이상이 차지하는 비율은 4.4% 포인트 감소했다.
특히 2030세대의 거주용 부동산 구매 비율은 다른 세대를 크게 앞질렀다. 지난해 1월부터 지난 29일까지 약 1년 6개월간 20대의 낙찰 건수는 총 1350건이었는데, 이 중 211건(15.6%)이 거주용 부동산이었다. 전 세대 가운데 거주용 부동산 구매율이 가장 높았다. 30대는 20대보다 근소하게 낮은 약 15.0%를 기록했다. 반면 40대 이상부터는 이 비율이 한 자릿수로 떨어진다.
청년 세대가 크게 알려지지 않았던 공매 시장에까지 적극 참여한 이유로는 부동산 대란이 첫 손에 꼽힌다. ‘내 집 마련’에 실패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극에 달했다는 분석이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공매장에 청년들이 늘었다는 것은 그들이 그만큼 절박한 상황에 처해 있다고 볼 수 있다”면서 “공매 시장에서는 시중보다 조금이나마 저렴하게 (부동산을) 구입할 수 있으니 20대까지 가세해서 주택 구매에 나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2030세대의 매수 행렬은 매매 시장에서도 확인된다. 한국부동산원의 월별 아파트 거래 현황에 따르면 서울의 5월 아파트 매매 건수(신고일 기준)는 5090건으로, 전달(4194건)보다 21.4% 늘었다. 연령별로는 30대 거래량이 1867건으로 전체의 36.7%에 달했다. 여기에 20대 이하 거래량(5.4%)을 합치면 30대 이하 거래 비중이 42.1%에 달했다. 40대(1299건)와 50대(828건), 60대(437건)가 뒤를 이었다.
당초 서울의 아파트 거래량은 줄어드는 추세였다. 지난해 12월 8764건에서 지난 1월 5945건으로 32.2% 급감한 데 이어 2월 5435건, 3월 4495건, 4월 4194건으로 매달 감소했다. 보유세 인상과 임대차 시장 재편 등의 변수가 결정되는 6월을 앞두고 시장 상황을 지켜보자는 관망세가 뚜렷했다. 4월 말 재건축 규제 완화 등이 변수가 되며 집값이 과열되자 지난달부터 집값이 빠르게 올랐고, 덩달아 거래량도 늘었다.
30대 이하는 전체 거래량에 따라 가장 먼저 거래 비중을 늘리거나 줄였다. 30대 이하 거래 비중은 지난해 8월 40.4%로 처음 40%대에 올랐고 올해 1월 44.7%로 최고점을 찍었다. 이 시기는 규제지역 확대와 전세난의 영향으로 ‘패닉바잉(공황구매)’이 정점에 달했던 시기다. 시장 관망세가 이어지던 지난 4월에는 거래 비중이 39.3%로 올해 처음 40% 이하를 기록했다.
김지훈 이택현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