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추행 흔적 전부 덜어낸 공군 군사경찰 사건 보고서

입력 2021-06-30 16:52


공군 군사경찰단이 이모 중사 사망과 관련해 국방부에 제출한 보고서에 ‘강제추행’을 둘러싼 내용을 통째로 덜어낸 것으로 확인됐다.

군인권센터는 30일 기자회견을 열고 공군본부 군사경찰단장이 작성한 제20전투비행단 소속 이모 중사의 보고서 내용을 공개했다. 공개된 보고서는 이 중사가 사망한 직후인 지난달 22일과 23일 공군본부 군사경찰단이 작성한 사건보고서 4건이다.

공군이 작성한 세 번째 보고서까진 강제추행 정황이 드러나 있었다. 또 ‘해당 대대 일부가 가해자 선처를 요구해 딸이 힘들어 했다’며 유족이 조사 및 처벌을 요구했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해당 보고서 말미엔 ‘소속 부대원을 대상으로 강제추행 사건 가해자 비호 여부를 조사할 것’이라고도 적혀 있다. 공군본부 군사경찰단 중앙수사대장이 지난달 23일 작성한 이 보고서는 공군참모총장에게 보고됐다.

그러나 해당 보고 이후 작성한 네 번째 보고서에는 돌연 강제추행 정황이 빠졌다. 같은 날 국방부 조사본부에 보고한 군사경찰단의 네 번째 보고서에는 ‘단순 변사사건’으로 적시돼 있다. 특히 해당 보고서에는 ‘유가족이 사망 동기를 명확히 밝혀달라며 애통해한다는 것 외 특이사항 없음’이라고 적혀있다. 보고서에 반드시 들어가야 하는 ‘조치 사항’에도 강제추행에 대한 언급 없이 ‘사망자 사망 경위를 조사 중’이라고만 언급돼있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해당 보고서가 단순한 허위보고를 넘어 사건 무마·은폐에 이르고 있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임 소장은 “수차례 ‘문건에서 강제추행 사실을 빼라’고 지시한 군사경찰단장은 수사를 방해한 중대범죄자”라며 “군사경찰단장을 즉각 구속해 명명백백하게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방부는 누락 보고 정황에 대해 이미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국방부는 이날 “합동수사를 통해 이미 공군 군사경찰이 국방부 조사본부에 중요한 사실을 누락한 채 보고한 사실과 이와 관련된 자료를 확보해 수사를 진행 중”이라며 “가능한 조속히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신용일 기자 mrmonst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