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거래소 반격이 시작됐다… 특금법 대응 합작법인 설립

입력 2021-06-30 16:43

국내 4대 암호화폐(가상화폐) 거래소가 합작 법인을 설립하고 금융 감독당국 감시에 공동 대응키로 했다. 9월 금융당국 신고를 앞두고 첫 공조 태세를 구축한 것이다. 반면 군소 거래소의 경우 위장 계좌 등을 개설‧폐쇄를 반복하며 음성화하고 있어 투자자 주의가 필요하다.

은행 실명인증 계좌를 보유한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4개 거래소는 암호화폐 ‘트래블 룰’에 공동 대응하기 위한 합작법인 설립 업무협약(MOU)을 맺었다고 30일 밝혔다. 트래블 룰은 암호화폐 전송 시 사업자가 송‧수신자 정보를 모두 수집토록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가 의무화한 규정이다. 암호화폐를 전송하는 측 사업자가 받는 쪽 사업자에게 보내는 사람과 받는 사람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정부는 지난 3월 시행된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개정안에 이를 도입토록 했지만, 정보 전송‧공유 시스템 구축에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거래소 주장을 받아들여 내년 3월로 시행을 1년간 유예했다.

기존 금융권은 공통 표준화 코드가 존재하지만 암호화폐의 경우 그동안 개별적으로 트래블 룰 시스템을 구축해왔다. 금융당국이 자금세탁 우려를 명분으로 감독을 강화하는 상황에서 이에 맞서는 거래소 간 첫 협업인 셈이다.

코빗 관계자는 “9월 사업자 신고 완료 후 트래블 룰 적용까지 남은 시간이 많지 않은 만큼 국제 기준 준수를 위해 우선 국내 4대 거래소가 나선 것”이라며 “4사 공동 합작법인이 제공하는 트래블 룰 서비스는 최대한 개발기간을 앞당겨 올해 안에 정식 오픈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합작법인은 네 거래소가 동일 지분 주주로 참여한다. 그 외 거래소도 서비스 이용을 원할 경우 참여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거래소들이 첫 공동 전선을 구축하면서 ‘잡 코인’ 구조조정 등 업계의 민감한 현안들에 대해서도 협력 관계가 구축될지 주목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4대 거래소 대표들은 1년에 1~2차례 정기적으로 모임을 갖고 있다. 합작법인 설립도 이런 자리에서 나온 아이디어”라며 “지속적으로 협력 체제를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군소 거래소의 피해 우려는 더욱 확산되고 있다. 금융정보분석원(FIU)은 30일 15개 금융기관과 협의회를 개최하고 암호화폐 사업자의 위장계좌, 타인계좌, 집금계좌(암호화폐 거래소가 이용하는 시중은행 계좌)에 대한 모니터링과 전수조사, 조치 상황 등을 점검했다. 그 결과 군소 거래소들은 금융회사 여러 곳을 옮겨다니면서 위장계좌, 타인계좌 개설과 중단을 반복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위장계열사나 법무법인, 임직원 명의 등을 사용하거나 상품권 구입을 통한 간접 집금계좌를 운영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거래소명과 집금계좌명이 다른 경우는 불법 차명계좌를 이용하는 것”이라며 “9월 24일 신고 기한 만료일까지 한시적으로 영업을 하며 고객 예치금을 빼돌리고 사업을 폐쇄할 위험도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준구 김지훈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