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치고 오겠다” 황의조·권창훈·김민재 태운 김학범호

입력 2021-06-30 16:32 수정 2021-06-30 16:47
김학범 올림픽대표팀 감독이 30일 서울 종로구 KT스퀘어 드림홀에서 열린 최종명단 18인 발표 기자회견에서 기자단 질문에 답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사고 한번 치고 싶습니다.”

유머 섞인 출사표가 예상 못하게 튀어나오자 기자단의 웃음소리가 회견장에 울렸다. 그러나 정작 출사표를 낸 김학범(61) 24세 이하 축구 남자 국가대표팀(이하 올림픽대표팀) 감독의 표정은 회견 끝까지 홀로 굳어 있었다. 눈앞에 다가온 올림픽 무대에 긴장해서인지, 떨쳐낸 다른 제자들의 모습이 눈에 밟혀서인지는 알 수 없었다.

김 감독은 30일 서울 종로구 KT스퀘어에서 도쿄올림픽 본선에 나갈 올림픽대표팀 18인 명단을 발표했다. 주장에 선임된 수비수 정태욱(대구 FC) 등 24세 이하 선수 15명, 공격수 황의조(보르도)와 미드필더 권창훈(수원 삼성), 수비수 김민재(베이징 궈안)까지 와일드카드 3명이다.

관심을 모았던 공격수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의 이름은 와일드카드 명단에 없었다. 김 감독은 “(손흥민이) 굉장히 의지를 보였다”면서도 “(선수단을) 구성하는 데 최정예를 꾸리는 것도 중요하고 단일된 모습을 보여주는 게 중요하기도 했다”고 했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손흥민이 소속팀을 설득해서 올 수 있는 상황 자체는 만들어졌다. 다만 김 감독이 선수의 사정과 팀 내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비수 김민재는 와일드카드로 지명됐지만 발탁이 확실치 않다. 최근 유럽 이적을 시도하고 있어 차출을 협상할 대상이 명확하지 않아서다. 김 감독은 “조만간 결론이 날 것으로 보고 일단 명단에 올렸다. 꼭 필요한 자원이기에 해결방안을 꼭 찾을 것”이라고 했다. 이미 병역이 면제된 황의조와 김민재를 발탁한 데 대해서는 “병역 문제는 개의치 않고 최고의 움직임 보여줄 선수가 누군지에 초점을 맞췄다”고 했다.

24세 이하 15인 중 골키퍼에는 송범근(전북 현대)와 안준수(부산 아이파크)가 뽑혔다. 수비수에는 정태욱을 비롯해 김재우(대구) 김진야(FC 서울) 설영우(울산 현대) 이유현(전북)이 올랐다. 미드필더에는 김동현(강원 FC) 원두재·이동경(울산) 이강인(발렌시아) 정승원(대구)이, 공격수에는 송민규(포항 스틸러스) 엄원상(광주 FC) 이동준(울산)이 포함됐다.

김 감독은 이날 회견을 시작하며 감사와 사과를 전했다. 그는 “각 구단 도움 없이 선수단을 구성할 수 없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안다. 머리 숙여 감사드린다”고 했다. 선발하지 못한 선수들에게는 “우리나라 축구를 끌고 갈 앞길 창창한 선수들이다. 함께하지 못해 굉장히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잠시 감정이 북받친 듯 말을 잇지 못한 김 감독은 “이 자리를 빌려 ‘고생했고 같이하지 못해 미안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했다.

이들은 2일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서 훈련을 시작해 13일과 16일 평가전을 치른 뒤 17일 일본 나리타 공항으로 출국한다. 16일 평가전은 프랑스 올림픽대표팀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치르지만 13일 평가전 상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이들 외 예비명단 4인은 국제축구연맹(FIFA) 선수명단 제출 마감일인 2일 이전에 발표한다. 경기 중에도 부상 등 사유가 생길 때 18명 선수단과 교체할 수 있는 인원이다. 김 감독은 “FIFA가 최근 예비 등록선수 인원을 기존 50인에서 추가로 더 늘린다고 통보해왔다”고 밝혔다. 이들은 경기 24시간 전에 기존 선수단과 교체할 수 있는 선수다. 대회 중에도 사유에 따라 선수를 바꿀 수 있는 여유가 늘어난 셈이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