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공산당이 7월 1일 창당 100주년을 맞아 대대적인 체제 선전에 나서는 가운데 ‘공산당의 두뇌’로 통하던 전직 교수가 미국에 대해 “중국과 대화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순진한(naive)’ 희망적 사고를 버리라”고 경고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9일(현지시간) 미국에 망명 중인 차이샤(69) 전 중국 공산당 중앙당교 교수가 미 스탠퍼드대학 후버연구소에 이같은 내용을 담은 논문 ‘중국 공산당의 눈으로 본 중·미 관계’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차이 전 교수는 미국의 안일한 인식이 지금의 중국을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1989년 톈안먼 사태 이후 미·중 관계 회복과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지지 등 미국의 순진한 판단이 중국 정권에만 유리하게 작용했다는 것이다.
그는 ‘전쟁에선 적을 속이는 것도 꺼리지 않는다’는 뜻의 사자성어 병불염사(兵不厭詐)를 언급하며 “미국의 문화적 전통은 계약의 정신을 존중하는 것이지만 중국인의 피 안에는 속임수가 흐르고 있다”며 “당이 퍼뜨리는 공허한 선전 구호를 순진하게 믿는다면 중국식 간계에 속는 것”이라 적었다.
그는 “(중국에) 가교를 놓으려는 40년간의 노력은 적대적인 지도부를 확립했을 뿐”이라며 “포용에 대한 희망적 사고는 중국으로부터 미국을 보호하기 위한 강경한 방어책으로 대체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차이 전 교수는 공산당의 급작스러운 붕괴에 대해 대비해야 한다고도 조언했다. 그는 중국에 대해 “겉모습은 강력해 보이지만 시진핑 국가주석 집권 기간 동안 더욱 뚜렷해진 사회적 모순과 자기의심으로 분열된 상태”라며 “굶주린 용과 같은 야망을 지녔지만 실상은 종이 호랑이”라고 진단했다.
차이 전 교수는 2012년 은퇴할 때까지 당 간부를 양성하는 중앙당교에서 약 15년간 교수로 재직했다. 고위 간부를 대상으로 당 이데올로기 등을 가르치며 ‘당내 브레인’으로 통했지만 지난해 미국 체류 중 한 강연에서 “시 주석은 마피아 두목, 공산당은 정치적 좀비가 됐다”고 비판한 이후 당에서 축출됐다.
정우진 기자 uz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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