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해군기지 건설 과정에서 강정마을 반대 주민들에게 가해진 인권침해 행위에 대해 정부 차원의 진상 조사가 이뤄질 지 주목된다. 제주도의회는 “강정마을의 진정한 공동체 회복은 과거 부당한 행위에 대한 반성에서 시작한다”며 30일 정례회 본회의에서 진상규명 촉구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정부가 결의안을 수용할 경우 지난 5월 제주도와 도의회, 강정마을회가 공동 선포한 상생협력 협약 선언이 완전한 의미를 갖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제주도의회는 30일 제396회 제1차 정례회 본회의에서 ‘제주민군복합형관광미항 건설 과정에서 발생한 인권침해 등에 대한 정부와 제주도의 진상규명 촉구 결의안’을 의결했다.
결의안은 2007년 시작된 해군기지 건설과정에서 반대 주민들에 대해 해군과 경찰 등이 자행한 부당한 행정행위에 대해 정부와 제주도가 인권침해 여부를 조사하도록 촉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루 앞선 29일 상임위원회인 행정자치위원회 심의에서 의원들은 “지난 5월 제주도-의회-마을회가 공동 참여한 상생협력 협약 선언식이 있었으나 강정마을의 진정한 공동체 회복을 위해서는 부당 행위를 규명하는 것이 먼저라는 데 뜻을 같이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이날 본회의를 통과한 결의안은 청와대와 국무총리실, 국방부, 행정안전부, 국가인권위원회 등 정부 관련 부처와 제주도에 이송된다.
제주해군기지 갈등은 2007년 제주 강정마을이 해군기지 부지로 확정된 이후 10년간 이어졌다. 그 과정에서 찬반 주민 간 갈등이 빚어져 마을공동체가 파괴되는 큰 후유증을 남겼다. 2016년 해군기지는 완공됐으나 해군기지 공사 진행과정에서 반대 주민에 대한 해군의 구상권 청구, 행정대집행, 각종 부당한 행정행위가 이어진 데 대해 인권침해 진상조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계속돼 왔다.
지난 2019년 경찰청은 제주 해군기지 유치 및 결정 과정에서 주민 의견 수렴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국가기관이 반대 측 주민과 활동가에 대해 폭행, 폭언, 종교행사 방해 등 인권침해 행위를 했다는 조사 결과를 내놓았다.
이 같은 내용을 바탕으로 당시 경찰청과 해군, 제주도는 강정 주민들에게 공식 사과했다. 반면 다른 정부기관은 당시 경찰청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원회가 촉구한 내용을 이행하지 않아 강정마을의 완전한 갈등 치유를 이루지 못 했다.
도의회는 지난 5월 상생 선언식이 열리는 등 강정마을의 공동체 회복을 위한 노력이 이뤄지고 있는 만큼 정부와 제주도가 이번 결의안을 열린 시각에서 검토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좌남수 도의회 의장은 “국책사업 추진 과정에서 반대 주민과 활동가에 대해 부당한 행정 행위가 있었다면 그에 대한 진상 규명과 사과가 선행돼야 진정한 공동체 회복이 시작될 수 있을 것”이라고 결의안의 의미를 전했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