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대선 출정을 선언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지난 3월 4일 스스로 옷을 벗기 전까지 26년을 검사로 살았다. 줏대가 강한 ‘검사 윤석열’을 ‘대권주자 윤석열’로 변모시킨 계기들도 결국 수사였다.
윤 전 총장은 2013년 10월 국정감사장에서 검찰 수뇌부의 외압 사실을 폭로하며 “나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고 발언했다. 그는 같은 해 4월부터 가동된 국가정보원 댓글조작 사건 특별수사팀 팀장을 맡았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 구속영장 청구, 국정원 직원 체포·압수수색 문제 등을 놓고 법무부 및 수사 지휘라인과 계속해 부딪혔다. 윤 전 총장은 결국 항명 논란 속에 징계를 받고 지방으로 좌천됐지만, 대중에 강인한 인상을 남겼다.
그는 2016년 12월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맡은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수사팀장으로 기용되면서 수사 일선에 복귀했다. 문재인정부 들어서는 파격에 파격을 거쳐 대전고검 검사에서 서울중앙지검장으로, 다시 검찰총장으로 단숨에 올라섰다. 문 대통령은 임명장을 수여하며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해서도 똑같은 자세를 지켜 달라”고 당부했다.
하지만 ‘살아 있는 권력’ 인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에 대한 수사를 기점으로 현 정권과의 사이가 틀어졌다. 윤 전 총장은 조 전 장관 수사에 대해 ‘정권을 위한 고름 짜기’로 설명했지만, 여권은 ‘개혁에 저항하는 검찰 쿠데타’ 프레임으로 공격했다. 특히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취임한 뒤 양쪽 관계는 루비콘강을 건너버렸다.
추 전 장관은 윤 전 총장 징계를 청구하고, 직무집행을 정지하는 등 대놓고 퇴진을 압박했다. 윤 전 총장은 4개월여 임기를 남겨두고는 지난 3월 4일 “정의와 상식이 무너지는 것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며 전격 사의를 밝혔다.
이른바 ‘추·윤 갈등’ 과정에서 정치적 몸집을 키운 그는 정권교체에 대한 보수 지지층의 기대, 제1 야당 내 ‘잠룡’들의 지지율 부진 상황 등과 맞물려 가장 유력한 야권 주자로 자리 잡았다. 그리고 이날 “법치 부정 세력의 집권 연장을 막겠다”며 직업 정치인으로서 첫발을 내디뎠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