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년만에 진상규명 길 열렸다…여순사건 특별법 국회 통과

입력 2021-06-29 17:22
29일 오후 전남 여수시청 대회의실에서 권오봉 여수시장(왼쪽)이 여순사건 특별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자 유족을 격려하고 있다. 여수시 제공, 연합뉴스

‘여순사건’이 발생한 지 73년 만에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고 희생자를 지원하기 위한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국회는 29일 본회의에서 ‘여순사건 특별법’(여수·순천 10·19 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을 통과시켰다.

여순사건은 1948년 10월 19일 여수시 신월동에 주둔하던 국방경비대 제14연대 소속 군인 일부가 제주 4·3을 진압하라는 출동 명령을 거부해 봉기를 일으키며 촉발된 사건이다. 당시 이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희생된 사람만 1만여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국가권력에 의한 민간인 희생이라는 점에서 한국 현대사의 비극으로 불리는 사건이다.

특별법은 여수·순천 10·19 사건에 관한 진상규명과 희생자 및 유족의 명예회복을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국무총리 소속으로 ‘여순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명예회복위원회’를, 전남지사 소속으로 ‘실무위원회’를 설치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해당 위원회는 최초 구성 후 2년간 진상규명 조사권, 조사 대상자와 참고인에 대한 진술서 제출 요구권 및 출석 요구권을 갖는다. 3회 이상 출석 요구에 불응하는 중요 참고인에 대해서는 동행명령장 발부도 가능하다.

특별법은 또 국가가 희생자에게 의료·생활지원금을 지급할 수 있는 규정도 뒀다.

아울러 여순사건 희생자를 추모하는 위령 묘역과 위령탑, 여수·순천 10·19 사건 사료관, 위령 공원도 조성할 수 있게 된다. 또 여순사건의 역사적 의미를 되새기는 차원에서 평화와 인권 교육도 지원할 수 있다.

다만 국가 권력에 억울하게 희생당한 피해자와 유족 등에 대한 배·보상 등 구체적인 지원방안은 특별법에 명시되지 않아 과제로 남게 됐다.

여순사건 특별법은 2001년 16대 국회 이후 4차례나 발의됐지만, 번번이 이념 대립 등으로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21대 국회 들어 지난해 7월 더불어민주당 소병철 의원 등 152명이 발의했으며 이번에 여야 합의로 법안이 통과됐다.

법안을 대표 발의한 소 의원은 “73년의 피맺힌 한과 20년 동안 국회에서 법안 통과가 무산된 좌절에 오늘로써 마침표를 찍게 됐다”며 “긴 세월 견뎌 오신 희생자와 유가족분들께 진심으로 머리 숙여 위로와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김아현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