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언더독의 반란…뜨거워진 유로 16강

입력 2021-06-29 17:09
프랑스의 스타 킬리안 음바페가 스위스전 승부차기를 실축한 뒤 머리를 감싸쥐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유로 2020 16강전에서 언더독으로 평가 받던 팀들의 화끈한 플레이가 연이어 터져 나오면서 축구 팬들의 관심을 사로잡고 있다. 메이저 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던 스위스는 ‘우승후보’ 프랑스를 격침시켰고, 크로아티아도 ‘무적함대’ 스페인을 거의 잡을 뻔했다.

스위스는 29일(한국시간) 루마니아 부쿠레슈티의 아레나 나치오날러에서 열린 유로 2020 16강전에서 프랑스와 연장까지 3-3으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5대 4로 승리해 8강에 올랐다.

카림 벤제마(레알) 킬리안 음바페(PSG) 앙투안 그리즈만(바르샤) 폴 포그바(맨유) 은골로 캉테(첼시) 등 유럽 주요리그 최강팀 에이스들이 포진한 ‘스타군단’ 프랑스를 상대로 스위스는 선 굵은 축구로 맞불을 놓았다.

선제골도 스위스에서 먼저 터졌다. 전반 15분 슈테벤 추버(프랑크푸르트)가 올린 크로스에 하리스 세페로비치(벤피카)가 머리를 댔고, 이 볼이 손흥민의 동료 위고 요리스(토트넘) 골키퍼가 지키는 골문을 세차게 갈랐다.

후반 들어서도 스위스의 공세는 계속됐다. 후반 6분 왼 측면을 돌파하던 추버가 뱅자맹 파바르(뮌헨)를 스피드로 따돌리고 페널티 박스로 진입하는 순간 파바르의 깊은 태클에 걸려 넘어졌고, 비디오판독(VAR) 끝에 반칙 선언되면서 스위스는 페널티킥을 얻어냈다. 하지만 요리스가 리카르도 로드리게스(토리노)의 슛을 막아내 스위스는 더 앞서 나갈 기회를 날렸다.

기회를 날린 뒤 위기가 왔다. 벤제마는 후반 12분 동점골을, 단 2분 뒤엔 역전골을 성공시키며 클래스를 입증했다. 후반 30분엔 포그바가 먼 거리에서 환상적인 궤적의 오른발 중거리 슛까지 성공시키며 분위기는 완전히 프랑스 쪽으로 넘어갔다.

스위스의 가브라노비치(왼쪽)가 극적인 동점골을 넣은 뒤 팀 동료들과 함께 환호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스위스는 포기하지 않았다. 후반 36분 세페로비치가 또 한번 헤더슛을 프랑스 골문에 꽂았고, 후반 45분엔 교체 투입된 마리오 가브라노비치(자그레브)가 극적인 동점골을 넣으면서 기어코 경기를 연장전까지 끌고 갔다.

연장전에서도 승부를 가리지 못한 두 팀은 승부차기에 돌입했고, 결국 마지막 순간에 스위스가 웃었다. 프랑스 마지막 키커로 나선 ‘슈퍼스타’ 음바페는 공을 스폿에 올려놓을 때부터 긴장된 표정을 지었고, 결국 애매한 슈팅을 날리면서 키퍼에 막혔다.

그렇게 스위스의 대반란은 마무리됐다. 스위스는 2016년 이 대회 준우승, 2018년 러시아월드컵 우승팀인 프랑스란 ‘대어’를 잡아내고 1954년 자국에서 열린 월드컵 이후 67년 만에 메이저대회 8강에 진출했다. 반면 프랑스는 2010년 남아공월드컵 이후 11년 만에 8강에 오르지 못하는 불명예를 안았다.

크로아티아의 마리오 파살리치(왼쪽)가 스페인을 상대로 동점골을 넣은 뒤 환호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직전 경기에선 ‘무적함대’ 스페인이 크로아티아의 거센 공세에 가로막혀 탈락할 뻔한 위기를 겪었다. 스페인은 전반 20분 우나이 시몬(빌바오) 골키퍼의 실책에 선제골을 내준 뒤 전반 38분 파블로 사라비아(PSG), 후반 12분 세사르 아스필리쿠에타(첼시), 후반 31분 페란 토레스(맨시티)가 연속골을 터뜨리며 3-1까지 앞서 나갔다.

스페인이 승리를 만끽할 준비를 하던 찰나, 크로아티아의 공세가 시작됐다. K리그 출신 미슬라프 오르시치(자그레브)가 교체 투입된 뒤 후반 40분 추격골을 터뜨렸고, 후반 추가시간 1분엔 마리오 파샬리치(아탈란타)의 동점골을 어시스트하면서 승부를 연장전까지 이끌었다.

연장전에서 스페인이 두 골을 넣으며 크로아티아의 반란은 스위스처럼 ‘해피엔딩’으로 끝나진 못했다. 하지만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은 크로아티아 선수들의 열정은 큰 박수를 받았다. 스위스는 8강에서 스페인과 만나 크로아티아가 이루지 못한 반란에 도전하게 됐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