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이 출국자에게 코로나19 위험국을 방문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받기로 했다.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퍼지며 확진자가 급증한 데 따른 것이다.
28일(현지시간)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29일부터 해외로 떠나는 이스라엘 여행객들은 변이 바이러스 노출 위험이 높은 코로나19 고위험국을 여행할 수 없게 된다. 이에 따라 16세 이상 해외 여행객은 출국 24시간 전에 의무적으로 위험국을 가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작성해야 하며, 항공사들은 서약하지 않은 이들의 탑승을 거부할 수 있다.
이스라엘 보건부가 설정한 여행금지국은 아르헨티나 브라질 인도 남아프리카공화국 멕시코 러시아 등 6개국이다. 만약 이들 국가를 여행한 것이 적발되면 5000셰켈(약 173만4300원)의 벌금이 부과된다.
이번 조치는 60%에 달하는 높은 백신 2차 접종률에도 불구하고 최근 델타 변이의 영향으로 코로나19 재확산 조짐이 보이자 추가적인 변이 유입 가능성을 낮추기 위한 방책으로 보인다. 이스라엘의 신규 확진자 수는 이달 초 한 자릿수까지 줄었지만 최근 급증세로 돌아서 28일 기준 200명을 넘어섰다. 방역 당국은 신규 감염자의 90%가 델타 변이에 감염됐을 것으로 보고 있으며, 특히 화이자 백신을 두 차례 맞고도 델타 변이에 감염된 사례가 발견돼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이에 당국은 지난 25일에는 이달 중순부터 해제한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를 2주도 채 되지 않아 되살리기도 했다.
다만 이스라엘 정부는 이 이상의 강력한 봉쇄 조치에는 부정적인 입장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이스라엘 정부 관계자들이 실내 마스크 착용 외 다른 방역 조치, 특히 봉쇄 등과 같은 제한 조치는 필요하지 않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보도했다. 이는 델타 변이 확진자가 늘고 있지만 코로나19에 취약한 노년층이 대부분 백신을 접종을 마치면서 중증 환자 발생은 적은 탓이다. 나프탈리 베네트 총리는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지난주 증가했지만 입원 환자수가 함께 증가하지는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당국은 대신 위험국에서 오는 입국자 격리 강화와 백신 접종에 방역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베네트 총리는 “우리의 입장은 간단하다. 일상생활과 경제에 최소한의 타격을 주면서 이스라엘 시민을 최대한으로 보호하는 것”이라며 “제한 조치 대신 마스크, 봉쇄 대신 백신”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젊은층의 백신 접종률을 끌어올리는 것이 관건이라며 백신 잔여분의 유통기한이 끝나기 전에 서둘러 접종해달라는 내용의 ‘젊은층에게 보내는 서한’을 발표하기도 했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