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重 발목 잡았던 드릴십, 매각 가능성 열렸다…경영 정상화 기대감↑

입력 2021-06-29 16:46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드릴십. 삼성중공업 제공

삼성중공업이 미인도 드릴십(심해용 원유 시추선) 1척의 용선계약을 맺으며 경영 정상화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삼성중공업은 5척의 드릴십을 재고로 보유하고 있는데 이는 적자 요인으로 작용해왔다.

삼성중공업은 29일 이탈리아 전문 시추 선사인 사이펨과 드릴십 1척에 대한 용선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용선 기간은 오는 11월부터 2023년 8월까지인데, 사이펨이 2022년까지 드릴십을 매입할 수 있는 옵션을 포함해 계약했다. ‘악성 재고’로 삼성중공업의 발목을 잡아왔던 드릴십을 매각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린 것이다.

이번에 사이펨이 계약한 드릴십은 삼성중공업이 2013년 8월 그리스 선사인 오션리그로부터 수주했으나 2019년 10월 계약이 해지된 선박이다. 유가가 폭등하면서 해양플랜트 수주가 활발했던 2012~2014년에 드릴십을 대거 수주했지만 머지않아 해양플랜트의 손익분기점인 유가 60달러 선이 붕괴되면서 선주들이 계약 해지 및 인도를 거부했고 재고를 그대로 떠안게 됐다. 당시 드릴십 발주 물량의 절반가량을 따냈던 삼성중공업은 재고 규모도 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최근 코로나19 백신 접종 등으로 경제 회복 기대감이 커지며 국제유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가자 해양플랜트에 대한 글로벌 에너지 기업들의 관심도 다시금 높아지고 있다. 지난 28일(현지시간) 뉴욕 상업거래소에서 8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배럴당 72.91달러에 거래됐다. 계속 이어오던 상승세에선 약간 주춤했지만 지난해 코로나19 영향으로 배럴당 20달러 수준까지 떨어졌던 것과 비교하면 3배 이상 올랐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플러스(+)의 감산 계획 유지 결정, 글로벌 원유 수요증가 등에 따라 올해 하반기에는 국제유가가 배럴당 80달러 수준으로 상승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에 조선업계는 해양플랜트 개발 환경이 나아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은 각각 지난 5월과 6월 부유식 원유 생산·저장·하역 설비(FPSO)를 수주하기도 했다. 그래서 지금과 같은 분위기가 한동안 이어진다면 남은 드릴십 재고가 매각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1분기 연결기준 영업적자 5068억원을 기록했는데, 드릴십 5척에 대한 평가손실만 2140억원에 달했다. 기대대로 드릴십 재고가 해소된다면 삼성중공업의 경영 정상화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글로벌 경기 회복 기대감과 유가상승으로 글로벌 에너지 기업들의 해양 개발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드릴십 매수 문의가 증가하고 있다”며 “나머지 드릴십에 대한 매각도 조속히 마무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중공업은 간만에 찾아온 기회를 활용해 재무구조를 개선하고자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지난 22일엔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5대 1 방식의 무상감자안을 확정했다. 무상감자로 발생한 납입자본금 2조5000억원을 자본잉여금으로 전환해 자본잠식 우려를 해소한다는 계획이다. 다음달 예정된 이사회에서는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의결한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