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비행단 군경찰, 이 중사 첫 신고 녹음본도 미확보

입력 2021-06-29 15:35
공군 이모 중사 사망 사건 관련 2차 가해 핵심인물들인 노모 준위(왼쪽)와 노모 상사가 지난 12일 국방부 보통군사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공군 제20전투비행단 군사경찰이 이모 중사의 성추행 피해 당일 최초 신고에 해당하는 녹취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확보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29일 제기됐다. 사건 초기 핵심 증거를 사실상 방치한 것으로, 부실 수사 정황이 다시 드러난 셈이다.

국민의힘 신원식 의원이 전날 국방부 조사본부로부터 보고받은 내용에 따르면 이 중사는 성추행 피해가 발생한 차량에서 내린 뒤 혼자 관사로 향하는 길에 선임 부사관인 A중사에게 전화를 걸어 피해 사실을 알렸다.

통화 내용은 A중사 휴대전화에 녹음 파일로 저장됐다. 20비행단 군사경찰은 A중사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해당 파일의 존재를 인지하고 A중사에게 파일 제공을 요청했다. 하지만 A중사는 ‘이 중사의 동의를 구한 뒤 제출하겠다’고 답했고, 이후에 군사경찰의 파일 확보 노력이 없었다는 설명이다.

이 중사의 부모가 지난 28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국군수도병원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최현규 기자

공군은 그동안 이 중사의 최초 신고 접수 시점을 피해 다음 날인 3월 3일 오후 10시13분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대대장들에게 보고가 이뤄진 시점이다. 사건 이후 저녁 식사자리에서 이 중사를 회유하려던 노모 준위가 더 이상 설득이 어렵다는 판단에 오후 9시50분쯤 소속 대대장에게 보고했고, 오후 10시30분쯤 대대장이 군사경찰대대장에게 신고한 것으로 알려져 왔다. 사건 발생 이후 하루 가까이 신고 접수가 지연된 셈이다.

이 중사와 A중사의 통화 녹취파일은 지난 1일 국방부로 사건이 이첩된 이후에야 확보됐다. 피해 사실을 알고도 보고하지 않은 A중사도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돼 수사를 받고 있다. 국방부는 2015년 ‘성폭력 근절 종합대책’을 발표하며 직속 상관을 포함한 해당 부대의 인사, 감찰, 헌병, 법무 등 업무 관련자가 성범죄를 묵인·방관할 경우 처벌하는 규정을 뒀다.

이 중사의 아버지 이씨는 소극적 군 수사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다. 그는 KBS 라디오에 출연해 “국방부 감사관실과 조사본부가 이런 걸 해도 됩니까, 저런 걸 해도 되느냐는 것까지 수사심의위에 의견을 던진다”며 “결국 뒤에서 시간 가는 것만 기다리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부승찬 국방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유족의 입장을 존중한다. 오해의 소지가 있었던 점에 대해 유념해서 수사를 진행 중”이라며 “공정성과 투명성, 적법성에 방침을 둔 (수사심의위의) 제도적 취지를 이해해 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