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김일성 옛사저에 보통강 고급주택단지 건설…‘위민헌신’ 부각

입력 2021-06-29 12:58
지난 18일 열린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3차 전원회의에 참석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연합뉴스

북한이 각 분야 공로자에게 선물하기로 한 보통강변 고급주택을 평양 최고 명당으로 꼽히는 김일성 옛 사저 ‘5호댁’ 터 위에 세운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애민 지도자 면모를 강조하는 것으로 최근 식량난 속에 체중 감량 사실을 공개한 것과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9일 김 위원장의 ‘위민헌신’을 선전한 기사에서 올해 3월 건설계획을 밝힌 800세대 규모의 ‘보통강 강안 다락식(테라스형) 주택구’가 김일성 주석의 옛 사저 자리에 세워진다고 밝혔다.

신문은 “우리 수령님(김일성) 이용하시던 5호댁 자리에 인민을 위한 현대적인 보통강 강안 다락식 주택구가 일떠서는 전설 같은 이야기도 꽃펴놨다”고 전했다.

‘5호댁’은 김일성 주석이 1950년대 중반부터 살던 보통문 바로 옆 사저다. 그는 1970년대 주석궁(현 금수산태양궁전)으로 옮기기 전까지 이곳에 머물렀다. 평양 내에서 손꼽는 명당자리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유년과 청년기를 보낸 곳이기도 하다.

김정은 위원장이 2009년 후계자로 내정된 직후 사저를 철거했고, 일대에 대주택단지인 만수대 거리를 건설했으나 사저 터는 비워놨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곳에 다락식 고급주택단지를 건설해 각 부문 공로자와 과학자, 교육자, 문필가를 비롯한 근로자에게 선물하기로 한 것이다.

앞서 김 위원장은 지난 3월 보통강 주택구 건설장을 두 차례 찾아 “5호댁을 철거하고 그 구역에 현대 다락식 살림집을 지어 인민에게 안겨 주려는 것을 알면 수령님도 기뻐할 것이다. 우리를 돕기 위해 일부러 이런 좋은 자리를 묵혀 두지 않았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하기도 했다.

신문은 “5호댁 자리는 보통집 터가 아니었고 사적관을 세우고 싶은 숭엄하고 신성한 사적지”라며 “(김정은) 총비서 동지가 바로 그 자리에 근로자들의 현대적인 살림집을 일 떠 세울 용단을 내린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김 위원장의 국무위원장 추대 5주년 당일에 의미 있는 집터를 주민들 앞으로 선물한다는 기사를 내보냄으로써 김 위원장의 위민헌신과 애민 지도자 면모를 부각하려는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지난 25일 조선중앙TV가 김 위원장의 체중 감량에 가슴이 아프다는 북한 주민의 인터뷰를 보도한 것도 김 위원장의 ‘건강 이상설’을 일축하는 동시에 식량난의 고통을 분담한다는 애민 정신을 역설하는 차원이라는 분석이 제기됐었다.

김영선 기자 ys8584@kmib.co.kr